선진국서 푼 돈 57조원 밀려온다

장순원 기자I 2012.09.26 16:58:54

한은보고서, 글로벌 유동성 1%p 늘면 자본유입 GDP 대비 0.8%p 증가
위험도 높은 채권·은행차입 모니터링 강화해야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선진국이 돈을 풀면 우리나라에는 얼마나 들어올까?” 최근 미국과 유럽, 일본이 경쟁적으로 돈 풀기에 나서면서 정부와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환율에 영향을 줘 수출경쟁력과도 직결된 문제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 자본이동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2009년 3분기~2011년 3분기) 글로벌유동성이 1%포인트 증가하면 25개 신흥국 국내 총생산(GDP) 대비 자본유입규모가 0.8%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 평균 수준의 유동성이 우리나라에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선진국 양적 완화로 적어도 57조원(지난해 명목GDP 1237조원×4.6%)가량의 자금이 새로 유입되는 것이다. 신흥국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러시아, 브라질, 터키 등이 포함된 반면 중국과 인도는 빠졌다.

글로벌 유동성이 최근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010년 말 136조달러(미국· 유로존·일본 통화표시 신용 총량)였던 글로벌 유동성은 지난해 말 137조달러, 올 3월 말 현재 143조달러까지 증가했다. 유럽과 일본을 제외한 미국 3차 양적완화(QE3)만으로도 올해 말 글로벌 유동성은 14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유동성이 전년에 비해 5.8%포인트 늘어나는 셈이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매달 400억달러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매입하는 3차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민간 신용창출 과정을 거치면(400만달러×4개월×신용 승수 20배) 연말까지 미국에서만 약 3조2000억달러의 유동성이 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세계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 경우 글로벌 유동성이 추가로 유입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선진국 금융기관들의 신용창출 기능이 회복되면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돈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으로 밀려 들어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 자본 유입 부문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19.1%에서 위기 이후 37.1%로 크게 증가했다. 경제가 그나마 성장하고 있고, 국가 신용등급도 오른 터라 신흥국 중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돈이 다른 곳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신흥국 중에서도 자본유입에 따른 변동성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GDP 대비 자본유입 변동성을 보면 우리나라(10.4%포인트)는 신흥국 평균인 2.8%의 4배, 선진국(6.6%포인트) 보다 2배 가까이 변동성이 컸다. 특히 은행차입 부문과 채권자금이 변동성에 취약한 편이다. 글로벌 유동성이 큰 폭으로 움직인다면, 이 두 곳이 위기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윤경수 한은 국제연구팀 과장은 “우리나라는 모든 형태의 자본유입에서 다른 나라보다 변동성이 크다”며 “불안정성이 높은 은행 차입금이나 채권 쪽에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되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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