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차기 회장직을 고사함에 따라 전경련의 차기 회장 선임작업이 해를 넘겨서도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당장 회장을 선출해야 할 전경련 정기총회가 다음달 24일로 한달여밖에 남지 않아 자칫 회장 공백상태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경련은 이건희 회장에 대한 설득작업을 계속 할지, 아니면 다른 회장 모시기에 나서야 할지에 대한 판단을 서둘려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전경련이 차기 회장으로 점찍고 공을 들여온 이건희 회장은 직간접적으로 고사의 뜻을 밝혀왔다. 이 회장은 11일 오전 일본 출국 직전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전경련 회장 자리를 수행하기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다시 한번 고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오는 13일 서울 소공로 롯데호텔서 열리는 새해 첫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도 차기 전경련 회장직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회장단 회의에서 논의를 안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 자리서 새로운 후보를 물색할지 등을 광범위하게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력 후보이자 주요 기업 총수들이 이날 대거 불참할 가능성이 높아 심도있는 논의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많다. 이건희 회장은 오늘(11일) 열흘 일정으로 일본을 거쳐 하와이로 출국해 회장단 회의엔 참석할 수 없게 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회장 역시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회장에 이어 차순위 유력 후보였던 정몽구 회장도 회장직을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정 회장이) 할 일이 많다"며 "전경련 회장직에 뜻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 추대여부에 대해서도 SK측 관계자는 "여전히 60세 이후에 한다는 입장"이라며 "아버지대에 활동했던 분들이 계신데 본인이 이끄는 것은 결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경우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물망에 오르는 것 자체도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유력 후보자들 모두 회장직을 수락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건강상의 이유로 조석래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 전경련 회장직 공백사태가 장기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총회때까지 회장직을 결정짓지 못하는 경우 전경련은 회장단 및 고문단 등과 조율해 회장단 가운데 연장자에게 대행을 맡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전경련 관계자는 "역대 전경련 회장 선출 과정을 보면 처음부터 `내가 하겠다`고 해서 한 적은 거의 없었다"며 "총회 하루 이틀전에 결정되기도 하고 전경련 회장단과 고문단 등이 여러차례 비공식 모임을 가져가면서 논의하고 설득한 끝에 결정이 돼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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