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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aily리포트)김선일씨 피살과 실패한 전쟁

박동석 기자I 2004.06.23 17:39:16
[edaily 박동석기자] 23일 새벽 날아든 비보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습니다. 국민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무장단체는 김씨를 무참히 살해했습니다. 비통함을 근간으로 "파병을 철회하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또 한편에서는 "범죄행위를 정당화해서는 안된다"며 파병을 강행하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라크전쟁과 아무런 관계없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 걸까요. 경제부 박동석 기자가 이른바 "실패한 전쟁"에 연루된 국민들의 분노와 고통을 전합니다.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됐던 김선일씨(33)가 22일(현지시간) 끝내 살해됐습니다. 끔찍한 일입니다. 슬프고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습니다. 아랍계 위성방송 알 자지라 화면에서 김씨를 본 후 온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참수되기 직전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알 자지라의 화면에서 그는 눈이 가려진 채 오렌지 색 옷을 입고 몹시 떨고 있었습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죽음을 협박당하고 있었습니다. 처절하게 울먹였습니다. 숨조차 쉬기가 편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는 호흡을 위해 입을 벌리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알 카에다와 관련된 무장단체인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는 떨고 있는 김씨 뒤에서 성명을 읽었습니다. "이것은 당신들의 손이 저지른 일이다. 당신들의 군대는 이라크인들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저주받을 미국을 위해 왔다" 그 순간 눈이 가리고 손발이 묶인 채 땅바닥에 무릎꿇린 김씨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선일아 선일아"를 외치던 가족들의 아픔은 또 어떠했을까요. 알 자지라는 미국인이 참수될 때처럼 살해되는 장면은 방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아나운서는 "김씨가 참수됐다"는 말을 전하더군요. CNN은 김씨 시신이 바그다드 외곽에서 발견됐다는 뉴스를 전하면서 김씨의 시신에는 폭발물인 "부비트랩"이 설치돼 있었고 목이 잘린 채 차량에서 던져졌다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민국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청와대,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는 김씨 피살에 대한 네티즌들의 항의와 울분을 토로하는 글이 쇄도했습니다. 국방부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항의 방문으로 한 때 작동이 멈추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서울 광화문은 촛불로 연일 뒤덮힐 것 같습니다. 시민단체, 인권단체들은 대규모 촛불집회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파병 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지요. 오는 26일에는 대규모 범국민 대회가 조직된다는 소식입니다. 한총련 소속 대학생 10여명은 "파병 압력 중단" 등의 피켓을 들고 미국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습니다. "독립운동 유족회"와 "환경운동연합" 등 사회단체들도 추가파병은 더 큰 상처를 부를 뿐이라며 파병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반대편에서는 파병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북핵저지 시민연대는 23일 오후 서울 탑골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으로 현 정부의 무력한 외교안보 능력이 증명됐다"고 비판하고 이라크 무장단체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불태우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자유시민연대도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으로 파병철회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무장단체의 범죄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흔들림 없는 파병정책과 함께 이라크 무장단체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주문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울분과 슬픔, 분노로 뒤덮였습니다. "...2002년 당시 사담 후세인은 핵무기를 개발할 의도도, 사용할 의도도 없었으며 미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급박한 위협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사실상 CIA는 정보분석 결과 미국이 공격하지 않는 한 이라크의 WMD(대량살상무기)가 미국을 위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이나 CIA 모두 미국에 "급박한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쪽은 그 사실과 반대되는 견해를 주장했고 다른 한쪽은 그 잘못된 판단을 그대로 밀고 나가도록 내버려두었다." 클린턴 정부에서 백악관 테러담당보좌관으로 일했던 리처드 A.클라크 (Richard A. Clarke)가 얼마전에 쓴 "모든 적에 맞서(원제 Against All Enemies : Inside the White House"s War)에서 한 말입니다. 테러와 안보 전문가인 리처드 클라크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이라크전이 처음부터 실패한 전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후에도 미국이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핵무기나 WMD, 화학무기는 끝내 찾아낼 수 없었고, 중동 정세는 안정은 커녕 날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파병이 옳다 그르다를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실패한 전쟁에 잘못 엮여 있다는 사실만은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우리나라는 과연 언제쯤에나 이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곧 파병을 두고 국론이 또 분열될 게 분명합니다. 테러가 김씨로 끝날 것이란 장담도 할 수 없습니다. 답답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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