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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창립자가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에서 수배자로 전락한 사연’이라는 기사를 통해 두로프 CEO를 조명했다.
10년 전 러시아 정부가 그가 만든 ‘프콘탁테’에서 알렉세이 나발니 등 반정부 인사들의 페이지를 삭제하라고 하자, 그는 혀를 내민 후드티를 입은 개 사진을 올리며 “정보기관의 집단 차단 요청에 대한 공식 답변”이라고 응수했다.
이후 그는 독일로 망명해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관을 고스란히 이전한 텔레그램을 만들었다. 정부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사용자 행동에 대해 감시·간섭하지 않는다는 그의 정신은 텔레그램을 전 세계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현재 텔레그램의 전 세계 사용자 수는 10억명으로 엑스(X, 그 트위터)보다 많다. 카카오톡 등과 비슷한 메시지앱이지만, 최대 2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그룹채팅 기능과 생중계 기능도 있어 많은 정부의 공식채널로도 사용되고 있다.
특히 텔레그램은 러시아나 이란 등 권위주의 정권에서 정부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소통망으로 종종 활용된다. NYT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러시아에서의 텔레그램 이용률이 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정부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서방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금지하자, 러시아인들이 ‘날 것’의 전쟁 소식을 듣기 위해 텔레그램에 눈을 돌린 것이다. 레바다가 4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 4명 중 1명이 매일 텔레그램의 공개 메시지 게시판을 읽는데, 5년 전에는 이 수치가 1%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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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의 이중성은 두로프 CEO의 이중적 행태와도 맞닿아있다. 그는 권위주의 정권과 싸우는 투사였지만, 때론 개인의 방종을 자유와 착각하기도 했다. 2013년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교통 정체를 피하려고 인도를 운전하던 중, 교통단속을 피해 달아나다가 러시아 경찰관을 쳤다. 그 당시 그는 자신이 운영하던 프콘탁테에 “경찰관을 치었을 때는 그 위를 앞뒤로 여러 번 운전해 곤죽을 만들어야 한다”고 썼다. NYT는 이 사건을 러시아정부 보고서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두로프 CEO의 체포는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이고, 플랫폼은 이에 얼마나 책임을 지고 있는가’ 라는 논쟁을 다시 불러올 전망이다. 엑스에서는 ‘Freepavel’이라는 해시테그로 기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겸 엑스 CEO, 미국 정부의 민간인 사찰의혹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도 프랑스 정부를 잇달아 비판했다.
심지어 러시아마저 프랑스가 이중적 잣대를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전날 현지매체인 RT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러시아 법원이 텔레그램 차단을 결정했을 때 비정부기구(NGO)들은 ‘익명으로 온라인에서 정보를 게시하고 소비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했다”며 두로프 CEO의 체포는 서방의 이중적인 잣대를 보여주는 동시에 정치적 동기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엑스를 통해 “두로프 체포는 어떤 의미에서도 결코 정치적 결정이 아니다”며 “법 집행은 완전한 독립성을 가진 사법 체계에 달렸다. 체포는 (정부가 아닌) 판사의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프랑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표현과 소통의 자유, 혁신과 기업가 정신에 충실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선 실생활과 마찬가지로 SNS에서도 시민을 보호하고 기본권을 존중하기 위해 법이 정한 틀 안에서만 자유가 행사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텔레그램이 기본권 보호에 소홀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