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HK이노엔(195940)은 의약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케이캡을 총 64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는 쾌거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계약 상대방은 미국 소화기의약품 전문 제약기업 세벨라(Sebela US Inc.) 자회사 브레인트리 래보라토리스(Braintree Laboratories Inc.)다. 이번 계약으로 래보라토리스는 미국과 캐나다 내 기술이전 및 독점판매권을 확보했다.
HK이노엔은 이번 계약으로 계약금 30억원과 임상 허가 및 매출에 따른 단계별 조건 충족 시 6403억원을 지급받게 된다. 미국과 캐나다 상업화를 위한 임상시험 등 개발 비용도 래보라토리스 측이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회사가 수취한 계약금 규모가 전체 규모의 약 0.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8년 국산 30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케이캡(합성신약)은 이듬해 3월 출시,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효능과 시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업계는 케이캡 효능과 시장성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술이전 계약에서 계약금이 차지하는 의미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했을때, 국내를 대표하고 효능까지 검증받은 국산 신약이 홀대받은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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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구심 아닌 자신감의 결과”
케이캡이 진출하는 미국은 약 3억3000만 달러 규모로 위식도역류질환 1위 시장이다. 현재 PPI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만 출시된 상태다. PPI 계열 제품에 효과를 얻지 못하는 중증 이상의 가슴쓰림 증상을 가지거나 심각한 식도 점막 손상을 보이는 환자군이 전체 약 40%에 달한다. 때문에 차세대 치료제인 P-CAB 계열 제품에 대한 니즈가 높은 상황이다. 미국 임상은 다케다가 개발한 다케캡(P-CAB)이 3상을 진행 중으로 임상 1상 중인 케이캡에 앞서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웅제약(069620) 펙수프라잔(P-CAB)도 국내 개발은 케이캡에 비해 늦었지만 미국에서 내년 임상 3상에 돌입한다.
HK이노엔 측은 낮은 계약금 규모에 대해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규모나 현지 경쟁 상황을 고려해서 계약금 규모가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이 아닌 합성신약이라서 보수적인 규모로 책정된 면도 있다”면서도 “케이캡에 대한 자신감이 담긴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케이캡은 국내에서 허가를 받고, 지난달 월간 처방 실적 100억원을 넘어선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검증이 끝난 제품”이라며 “성공 자신감이 있는 만큼 계약금보다 미국 임상 단계와 매출에 따른 마일스톤에 힘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도 “이번 케이캡 기술이전 계약 내용을 보면 HK이노엔이 밑지는 계약이 아니다”라며 “케이캡 효과가 입증된 만큼 미국 현지 시장에서의 PPI 약물과 다케캡과의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해 계약금보다 마일스톤에 힘을 준 계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약 규모 매우 커, 판매에 포커스 맞춘 딜”
의약품 기술이전은 시판된 약과 후보물질에 따라 조건이 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의약품 기술이전 계약은 계약금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다. 후보물질 단계 신약은 임상이 중단되거나 실패 확률이 높은 리스크가 큰 경우다. 이런 경우 개발사는 사활을 걸고 계약금을 많이 받으려고 한다. 평균적으로 계약금 규모가 5%~10% 정도로 책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면 이번 케이캡 기술이전 계약은 계약금 규모가 큰 의미가 없다. 케이캡은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론칭했고, 검증됐기 때문”이라며 “조만간 임상이나 허가 단계가 진행되면 마일스톤을 받게 된다. 초기 기술이전에 대해 계약 상대방에 대한 부담을 낮춰주고 판매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춘 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케이캡 미국 임상 1상은 조만간 완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장은 “케이캡은 이미 중국, 중동, 중남미 등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계약이 체결됐다”며 “미국 제약사는 케이캡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미국과 캐나다 지역만 획득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HK이노엔의 이번 케이캡 기술이전 계약 규모는 매우 큰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