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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9일 “공군이 부사관 중사에 대해 사건 발생 직후 청원휴가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조치를 취했다고 했으나 사실이 아니었다”라며 “이 과정에서 대대장 및 노모 개 준위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무마 시도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간 공군은 성추행 신고 다음날 3월 4일부터 5월 2일까지 피해자가 두 달여간 청원휴가를 받았다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즉각적인 분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 기간 가해자인 장모 중사는 사건 신고 2주 만이 3월 17일 군사경찰 가해자 조사를 마친 후 김해 5비행단으로 파견이동됐다는 것이다. 피해자인 이 중사는 청원휴가 후 2주 간의 자가격리를 거친 후 5월 18일 성남 15비행단으로 전속이동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의원이 유족 측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청원휴가 기간 중 이 중사가 집에 온 것은 10여일에 불과했다. 3월 4일 서산에 내려간 이 중사의 부모님은 부대 인근에서 대대장과 노 모 준위를 만났다. 당시 대대장은 “코로나 때문에 수도권은 위험한 데다 앞으로 조사 및 피해상담, 국선변호인의 조력도 받아야 하니 부대에서 머무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권유했다. 부모님은 철저한 수사와 피해자 보호를 약속하는 대대장을 믿고 이 중사를 부대에 뒀다.
가해자인 장 중사가 김해 5비행단으로 파견을 간 것은 사건 신고 2주 만인 3월 17일이기 때문에, 약 2주간 피해자와 가해자는 한 부대에 있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 성일종 국민의힘 역시 “가해자의 숙소와 피해자 여군의 숙소가 붙어있다”며 “이게 격리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3일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서 ‘3월 4일 피·가해자 분리, 피해자 청원휴가’로 보고했다가 8일 자료에서는 ‘피해자 청원휴가’만 적시돼 있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같은 문제점을 군이 국회에 거짓보고를 했다고도 주장했다.
군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업무 매뉴얼은 ‘가해자를 분명하게 격리하라’고 적시돼 있다.
또 이 의원에 따르면 대대장과 노 준위 측은 당초 민간 변호사 선임을 계획하던 유족 측에 “가해자가 혐의를 시인했고 증거도 있어 처벌이 확산되니 지금부터 쓸 필요없다”며 “국선 변호인으로 선임했다가 향후 검찰 송치 또는 재판 단계에서 민간으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대장과 노 준위 측은 이 중사의 부모님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일은 윗선까지 알 필요가 없는 사항”이라며 부대 측의 은폐 사실을 직접 밝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경찰이 피해 사실을 조사하는 상황에서 노 준위의 늑장 보고 사실을 확인했지만, 수사대상에서 제외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중사는 사건 다음날 노 모 상사에게 신고했고, 노 상사는 레이더 반장인 노 준위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노 준위는 대대장에게 피해 사실을 바로 알리지 않았다. 노 준위는 숙소에 있던 이 중사를 불러내 “살다 보면 많이 겪는 일”이라며 사건을 무마하려다 이 중사가 강력히 항의하자, 이날 오후 9시 50분쯤 대대장에게 보고했다. 이후 대대장은 오후 10시 13분께 군사경찰 대대장에게 신고했다.
이후 군사 경찰은 피해자와 가해자 및 노 상사 등 성추행 사건 당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던 4명을 조사하면서 노 준위의 늑장 보고 사실을 확인했지만 노 준위를 상대로 별도의 조사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의원은 “군 부대 측이 사건 초기부터 고인을 관심병사 다루듯 영내에 근신 상태로 가둬 놓아둔 것”며 “군 부대 측은 사건 초기 단계부터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는 사건을 축소하는 데 집중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