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 남혐 논란에 내부통제 강화… 실효성은 의문

김무연 기자I 2021.05.06 14:28:37

편의점 3사, 실무 부서에서 이미지만 2~3차례 재검
별도 지침이나 지시는 없어… 타 유통업계도 관망
문제 이미지 사전 파악 어려워… “상징물 공부해야" 자조
전문가 “해당 이슈 정통한 MZ세대 중심으로 감사팀 꾸려야"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GS25 이벤트로 촉발된 ‘남혐’ 이슈가 확산하는 가운데 유통업계는 내부 단속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수차례 상징물 등을 점검하는 분위기다.

다만 회사 차원에서 별도로 검수팀을 꾸리거나 지침을 내린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통업계 전반에 위기의식이 깔린 것은 분명하나 GS25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사건의 추이를 지켜본 뒤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GS25의 ‘감성 캠핑 필수템 받고 캠핑 가자’ 포스터. 맨 왼쪽이 원본이었으나 논란 이후 손가락 모양 등을 삭제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25는 이벤트나 제품 홍보 자료를 낼 때 해당 이벤트 상품을 주관하는 부서와 더불어 마케팅, 홍보 등 유관부서가 모여 다시 한 번 검토하는 작업을 거치고 있다. 제품 이미지의 선명도나 명암 외에도 혹시 모를 성별 갈등에 대비해 자료에 사용한 다양한 이미지나 상징물을 검수하고 있단 설명이다.

편의점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통업계는 홍보나 마케팅 자료를 낼 때 유관부서와 사전 협의를 거친다. 일선 부서에서 홍보나 마케팅을 제안하고 이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면 홍보, 마케팅 부서가 이를 검수, 수정을 요구한다. 편의점 업계는 최근 홍보 콘텐츠에 사용하는 자료에서 주요 상징물들을 세네차례 반복적으로 점검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GS25 사태가 이렇듯 큰 파장을 일으킬 지 예상하지 못했다”라면서 “회사에서 여혐이나 남혐 등 MZ(밀레니얼+Z)세대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젠더 갈등 요소를 무의식중에 사용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전반적으로 형성된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아직까진 젠더 갈등 이슈에 대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거나 별도 지침을 마련하는 등 전사적으로 대응에 나서기보단 실무 단계에서 검증을 강화하는 선에 머물고 있다. 성별 갈등 이슈는 분명 문제이지만 별도의 검수팀을 둘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까진 보지 않는 분위기다.

일선 실무진들 또한 문제의식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방법론적으로 이슈를 촉발할 수 있는 특정 이미지를 사전에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감자칩 등 특정 상품을 집는 손가락 모양을 없애는 선에서 대처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무진 사이에서는 남혐, 여혐 관련 이슈가 될 소재를 별도로 공부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최근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문제가 된 GS25의 이벤트 이미지는 엄지와 검지로 소시지를 집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 이미지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해당 이미지가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가 작다고 조롱하는 남혐 사이트의 상징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했다.

조윤성 GS25 사장이 올린 사과문(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 확산 움직임이 벌어지고 가맹점주 사이에서도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일 조윤성 GS25 사장은 사과문을 냈지만, 사태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외려 GS25 기념주화에도 남혐 상징물이 삽입됐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GS25는 이에 대해 최초 유포자를 대상으로 법적 책임을 묻는단 입장이다.

편의점 업계 이외에 마트 등 유통업계나 식품업계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성별 갈등 이슈는 최근 시민 사회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뜨거운 감자’다. 그런만큼 내부적으로 검증 프로세스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GS25 사태를 시작으로 유통, 식품업계에 비슷한 논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다양한 세대가 함께 융합해 살아가는 건 처음이라서 과거 용인되던 관습이나 표현이 지금은 대형 스캔들로 이어질 수 있다”라면서 “무엇보다 성별 갈등과 이를 반영한 인터넷 요소를 MZ세대가 잘 아는 만큼, 경영진이 아니라 MZ세대로만 구성된 위원회를 꾸리는 등 내부 감사 절차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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