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회사 차원에서 별도로 검수팀을 꾸리거나 지침을 내린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통업계 전반에 위기의식이 깔린 것은 분명하나 GS25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사건의 추이를 지켜본 뒤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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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통업계는 홍보나 마케팅 자료를 낼 때 유관부서와 사전 협의를 거친다. 일선 부서에서 홍보나 마케팅을 제안하고 이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면 홍보, 마케팅 부서가 이를 검수, 수정을 요구한다. 편의점 업계는 최근 홍보 콘텐츠에 사용하는 자료에서 주요 상징물들을 세네차례 반복적으로 점검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GS25 사태가 이렇듯 큰 파장을 일으킬 지 예상하지 못했다”라면서 “회사에서 여혐이나 남혐 등 MZ(밀레니얼+Z)세대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젠더 갈등 요소를 무의식중에 사용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전반적으로 형성된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아직까진 젠더 갈등 이슈에 대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거나 별도 지침을 마련하는 등 전사적으로 대응에 나서기보단 실무 단계에서 검증을 강화하는 선에 머물고 있다. 성별 갈등 이슈는 분명 문제이지만 별도의 검수팀을 둘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까진 보지 않는 분위기다.
일선 실무진들 또한 문제의식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방법론적으로 이슈를 촉발할 수 있는 특정 이미지를 사전에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감자칩 등 특정 상품을 집는 손가락 모양을 없애는 선에서 대처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무진 사이에서는 남혐, 여혐 관련 이슈가 될 소재를 별도로 공부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최근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문제가 된 GS25의 이벤트 이미지는 엄지와 검지로 소시지를 집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 이미지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해당 이미지가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가 작다고 조롱하는 남혐 사이트의 상징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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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업계 이외에 마트 등 유통업계나 식품업계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성별 갈등 이슈는 최근 시민 사회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뜨거운 감자’다. 그런만큼 내부적으로 검증 프로세스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GS25 사태를 시작으로 유통, 식품업계에 비슷한 논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다양한 세대가 함께 융합해 살아가는 건 처음이라서 과거 용인되던 관습이나 표현이 지금은 대형 스캔들로 이어질 수 있다”라면서 “무엇보다 성별 갈등과 이를 반영한 인터넷 요소를 MZ세대가 잘 아는 만큼, 경영진이 아니라 MZ세대로만 구성된 위원회를 꾸리는 등 내부 감사 절차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