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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지난해 몸값을 쪼갠 상장기업들이 시장수익률을 웃도는 주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가가 수 십만원에서 수 백만원에 이르는 황제주(株)의 경우 액면분할 효과가 탁월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주 친화적 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비용대비 효과가 큰 액면분할을 선택하는 상장사가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가도 액면분할에 나설 다음 주자를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올해까지 액면분할을 공시한 국내 상장사 42개사로 집계됐다. 이중 이미 액면분할을 마치고 거래를 재개한 상장사도 33개사에 이른다. NH투자증권이 33개사에 대해 액면분할 이후 주가 상승률 평균을 집계한 결과 대부분 시장수익률을 웃돌았다. 액면분할한 지 1주일이 지났을 때 평균 주가 상승률은 3.59%였고 이후 1개월, 3개월, 6개월 상승률은 각각 5.32%, 15.32%, 17.7%로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가 더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액면분할 안을 승인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을 500원짜리로 쪼갠 신주를 지난해 5월8일 다시 상장했다. 액면분할 전 388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거래를 재개한 첫 날 37만6500원으로 거래를 마쳤고 두 달이 지나 주가는 45만5500원까지 올랐다.
액면분할은 단순히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론 반드시 주가 상승과 연결할 수 없다. 다만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는 효과가 크다. 아모레퍼시픽처럼 1주 가격이 300만원을 웃돌면 투자자가 제한될 수밖에 없지만 액면분할을 통해 30만원 선으로 낮추면 소액 투자자도 거래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주가를 쪼개기 전 하루 거래량은 10만~20만주 사이였으나 거래를 재개한 첫날에는 110만주 이상 거래됐다.
특히 액면분할을 결정한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 규모와 비교해 거래대금이 현저히 적은 상장사일수록 거래 활성화와 이에 따른 주가 상승효과는 컸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이 분할해서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며 “크라운제과 롯데제과 등의 사례를 봐도 대형주 가운데 시가총액이 크지만 거래대금이 작아서 기관 투자가가 거래하기 불편한 상장사는 액면분할했을 때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오뚜기 롯데칠성 롯데푸드(002270) 태광산업(003240) 남양유업(003920) 등은 앞으로 몸값을 낮출 경우 의미있는 주가 상승을 기대할 만한 종목으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액면분할한 후에 케이탑(KTOP)30지수 편입으로 이어졌다”며 “케이탑30지수를 추종하는 금융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탑30지수는 주가 상한이 50만원이기 때문에 황제주는 액면분할을 통해 지수 편입조건을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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