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서울시가 메르스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직접 대응키로 한 것과 관련, 공식발표 창구가 이원화돼 혼선을 일으킬 뿐 아니라 시민 불안감만 증폭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민 안전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보건당국이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미온적으로 대처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5일 오전 서울 신청사에서 메르스 관련 브리핑을 열고 “서울시가 35번 환자(서울 대형병원 의사, 31일부터 격리 조치)의 동선을 처음 인지한 것은 3일 밤 11시쯤인데 그때까지 보건당국으로부터 사전 정보를 전달받은 게 없었다”며 “동선 인지 후 A씨 및 접촉자에 대한 신속한 정보공개와 조치를 수차례 요구했음에도 4일 저녁 8시쯤에야 A씨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건당국으로부터 통보받은 지시는 ‘A씨와 접촉한 시민의 자발적 신고가 있을 때 감시를 시작(수동감시)하라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시는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 A씨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정보공개를 건의했으나 보건당국이 이마저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35번 환자가 접촉했던 다수의 시민들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고 수동감시로는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1565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가택 격리 조치를 하는 등 직접 대응하게 됐다는 것.
서울시는 그러나 자체 대응 방침이 보건당국과의 대립 구도로 비춰지는 데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 기획관은 “서울시의 확고한 입장은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정부와 협력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도 정부에 협력과 정보공유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조치가 마치 잘못된 것처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해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오후 10시 40분 메르스 관련 긴급브리핑을 열고 메르스에 감염된 의사 A씨가 지난달 29일부터 경미한 증상이 시작됐지만 30~31일 2차례의 병원 심포지엄과 재건축조합 총회 등 대규모 행사에 참석하며 수천명의 시민과 접촉했다고 발표했다. 시는 질병관리본부, A씨가 입원한 병원과 협의해 시 자체적으로 A씨와의 인터뷰 및 역학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