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이슬람채권(수쿠크)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이슬람채권법이 우리나라에선 좌초될 위기에 몰린 가운데 이머징 국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중동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내년 초 수쿠크를 발행할 예정이라 주목된다.
28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프라빈 고단 남아공 재무장관은 부족한 국내 외화자금을 확충하기 위해 내년 초 수쿠크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의회에서 언급했다. 남아공 전체 인구(약 4900만명)의 2% 정도는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라 국내 여론도 그리 나쁘지 않다.
그는 "향후 3년간 해외에서 약 10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라며 "이는 국내 일자리 창출과 소비 증대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해외에 투자되는 이슬람 자본의 규모가 1조 6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남아공 정부는 특히 수쿠크 발행을 통한 외화 조달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쿠크를 발행하기 전에 해결해야 하는 비과세 혜택 등의 문제도 연내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남아공의 현지 회계법인 관계자는 "수쿠크에 대한 비과세 혜택 등의 법 개정안은 연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르면 내년초 수쿠크 발행이 시작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아공 정부의 강력한 수쿠크 발행 의지로 이슬람 투자자들의 남아공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전세계 약 11억달러의 자금을 운영하는 아부다비의 PSJC 국립은행 관계자는 "남아공은 투자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고 싶은 나라 중 하나"라며 "신용도 등의 평가에서도 투자 하기에 적절한 나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한국 등 일부 나라에서는 수쿠크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법안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며 남아공의 사정과 대비된다고 전했다.
현재 정부와 금융업계에서는 특정 국가에 쏠린 외자 유치 루트를 다변화 하기 위해 이슬람채권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국회의원과 기독계는 종교적 이유와 테러자금 악용 우려 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남아공처럼 세계 각국이 이슬람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시점에서 이슬람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별도의 대안 마련도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 최대 수쿠크 발행국인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전 총리도 지난 24일 방한해 "한국의 수쿠크법에 대한 반대는 이슬람 금융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를 종교 문제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