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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배아줄기세포로 `닭 척수` 치료 성공

조선일보 기자I 2004.11.25 21:44:35

세계 처음… 신생아 치료가능성 제시
"이식 3일만에 손상된 신경계 봉합돼"

[조선일보 제공] 국내 연구진이 척수 신경계에 손상을 입은 동물을 인간배아줄기세포로 치료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朴世必) 박사와 서울대 의대 왕규창(王圭彰) 교수 공동연구팀은 25일 “수정 후 3일 된 닭의 배아에서 척수 신경관 일부를 잘라낸 뒤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이식한 결과 3일 만에 절개된 부분이 봉합되는 치료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신생아(新生兒) 1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척수 신경관 손상을 배아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줄기세포는 인체의 다양한 조직이나 기관으로 자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다. 이번 실험에는 마리아병원에서 냉동보관 중이던 수정란에서 추출한 배아줄기세포가 이용됐는데, 이 줄기세포는 현재 미 국립보건원(NIH)에 공식 등록돼 있다. 연구팀은 “그동안 골수나 탯줄혈액 등에서 얻은 성체줄기세포를 동물에 실험해본 경우는 더러 있었으나 배아줄기세포로 동물의 척수 손상을 치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후 신경관이 손상된 태아를 치료하는 데 기초연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경우 수정 후 26~28일 된 태아에서 뇌의 신경관을 덮고 있는 표피조직이 열려 있으면 무뇌아(無腦兒)가 되며, 척수 신경관이 열린 경우엔 나중에 수술로 봉합한다 해도 평생 비뇨기 계통의 질환 등에 시달리게 된다. 박세필 박사는 “배아줄기세포는 신경관이 열린 곳을 메우는 동시에 세포성장인자나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주변의 표피 조직이 자라나 다시 신경관을 닫게 하는 일종의 생물 ‘아교’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배아줄기세포가 치료과정에서 어떤 물질을 분비하는지, 치료된 닭이 부화 뒤에도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 분야 국제저널인 ‘뉴로사이언스(Neuroscience Letters)’ 7월호에 게재됐으며, 10월 수원에서 열린 발생공학 국제심포지엄에서도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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