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美 경제지표 호조에 '경기 무착륙' 시나리오 등장

장영은 기자I 2023.02.13 13:50:42

미 연준 긴축 시작 이후 연착륙 vs 경착륙 논쟁
일자리 증가·임금 상승세 덕에 경기 성장세 지속 전망도
다수는 경기침체 전망…"긴축 반영에 시간 걸릴 뿐"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을 시작한 이후 미 경기의 연착륙(경기 둔화)과 경착륙(경기침체) 가능성을 재던 월가에 새로운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바로 경기가 침체나 둔화 없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무착륙’(no-landing) 전망이다.

연준의 가파른 긴축에도 미 고용시장 등이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면서 미 경기가 둔화 없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사진= AFP)


◇깜짝 고용·소비 회복에 “경기하강 없다” 목소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향후 미국 경제가 상당 기간 호황을 이어갈 수 있다는 무착륙 시나리오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경제지표들이 호조를 보이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가 둔화하지 않을 것이란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지난달 지표를 봐도 소비와 고용이 여전히 탄탄한데다, 자동차와 주택에 대한 수요도 다소 감소한 이후 안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닐 두타 르네상스매크로 이코노미스트는 “무착륙 시나리오는 오늘날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준 당국자들이 아직도 올해 경기가 둔화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경제가 다시 가속화하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기를 매우 꺼리고 있다”라고 봤다.

연준은 금리인상을 통해 고용과 소비, 투자 등 경제 전반의 수요를 감소시켜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다면 어느 정도의 경기 침체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 노동부가 이달 초 발표한 1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은 51만7000개로 시장 전망치의 3배에 육박했다. 실업률은 예상치(3.6%)를 밑도는 3.4%를 기록해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빠른 연준의 긴축 속도에 투자와 고용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란듯이 뒤엎는 수치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기준금리를 4.5%포인트나 올렸다.

마크 지안노니 바클레이스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월 고용지표가 연준의 긴축정책이 고용을 억제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기존 통계와 달라 전문가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통계를 보면 연준의 금리 인상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1월 임금 상승률은 다소 둔화했지만 총 가계소득은 증가했다. 1월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늘어나면서 근로자들이 받는 주당 총급여는 1년 전에 비해 8.5%, 전월보다 1.5% 각각 늘었다. 같은 달 미 제조업 분야의 평균 주당 가동시간은 1.2% 상승했다. WSJ는 “연준은 이러한 총 가계소득 증가로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추가로 인상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지난주 마스터카드는 1월 미국 소매판매가 전년동월대비 8.8%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월 가구당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지출이 계절 조정으로 1.7% 늘며 12월(-1.4%)의 감소세에서 반전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미국 경제가 향후 12개월 내 불황에 빠질 확률을 35%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추세나 그 이상으로 경제가 다시 가속할 경우, 물가상승률이 2% 선으로 떨어지는 경기 연착륙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여전히 다수는 경기침체에 힘 실어…“시차 있을 뿐”

다만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무착륙 시나리오는 아직 소수설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특히 연준이 금리를 너무 가파르게 올렸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6년에는 금리 인상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는데 1년 반이 걸렸다.

캐시 보스차칙 네이션와이드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의 이익률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며 “(기업의) 수익 감소가 감원을 촉진하면서 올해 중반부터 완만한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안노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가을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연준이 3·5·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차례 더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면서 기준금리가 5.5% 수준에 이를 것으로 봤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6월까지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올릴 확률을 90%로 보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올해 상반기 중에 기준금리가 5%를 웃돌 것으로 보는 확률은 45%였으나 급격히 오른 것이다 .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