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이자 테크업종을 대표하는 공룡인 애플(AAPL)의 분기 실적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월가의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근 2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애플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아이폰 판매와 경기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서비스부문 매출 전망, 달러화 강세에 따른 이익 영향 등에 관심이 쏠린다.
애플은 28일(현지시간) 정규시장 마감 후에 2022회계연도 3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시장조사기관인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이번 분기에 애플의 순이익은 189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당순이익(EPS)은 1.16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이익이 줄어든다면 2020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반면 매출액은 826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익과 달리, 매출이 플러스(+) 성장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이번 분기 매출을 통해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보여준 고(高)성장이 끝났다는 것도 확인될 수 있다. 가장 최근인 2020년 3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 1년 간 애플의 분기 평균 매출 성장률은 무려 36%에 이르렀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은, 경기를 가장 많이 타는 서비스부문 매출 성장세가 어떨 것인가 하는 대목이다. 애플 서비스부문엔 스트리밍인 애플 플러스(+)와 애플 아케이드 등 구독서비스, 그 외 광고와 애플케어, 아이클라우드 등이 포함된다.
현재 월가에선 3분기 중 애플의 서비스 매출이 193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2.8%나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애플의 다른 사업과 비교해도 크게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3분기 아이폰 매출은 389억달러로 2.3%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매출은 작년과 같은 87억달러로 예상된다. 태블릿인 아이패드 매출은 6% 줄고, 맥은 2.6% 늘어날 전망이다.
다음으로는 애플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만큼 달러화 강세가 수익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가가 중요하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긴축이 단기간 내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터라 달러 강세는 훨씬 더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전사 매출 826억달러 가운데 386억달러가 미국 내 매출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달러 강세가 일정 부분 이익을 줄이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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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강(强)달러는 4분기(7~9월) 실적을 전망하는데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달러 강세가 3월 말 이후 본격화하면서 최근 넉 달 간 달러인덱스가 8% 정도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애널리스트들이 이번 실적 발표 이후 애플 측 발언에 따라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회사 측이 어떤 실적 전망을 내놓는 지도 주목해야 한다. 애플은 다른 회사들과 달리 구체적인 이익이나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는 대신 매출이 어떨 것인지에 대해 애매모호한 멘트만 내놓는다. 앞선 2분기 실적 발표 당시엔 “2분기 매출은 공급망 제약에도 최대치를 기록했고, 앞으로도 전년동기대비 매출 성장세가 견조할 것으로 본다”고만 했다.
현재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의 4분기 매출액을 전년동기대비 7.9% 늘어난 899억달러로 점치고 있다. 이는 3분기보다 9%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와 관련, 전날 웜시 모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3분기 실적 발표를 전망하면서 “코로나 재확산과 서비스 매출 감소 외에도 달러화 강세 충격이 가세하면서 애플의 단기 실적을 강타할 것”이라며 애플의 목표주가를 종전 200달러에서 185달러로 낮춰 잡았다.
그는 “코로나 관련 불안과 산업계 전반의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애플의 실제 3분기 매출은 회사 측이 제시한 전망치의 하단 부근에 머물 것”이라면서 “특히 공급망이 개선되더라도 코로나 봉쇄에 따른 중국에서의 수요 둔화로 인해 상쇄되고 말 것”이라고도 했다.
또 달러화 강세로 인해 애플의 3분기와 4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5~7%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앱 스토어와 구글 라이선스 지급액 둔화를 반영해 애플의 서비스 매출도 줄어들 것으로 점쳤다.
만약 이 전망대로 라면 실적 발표 이후 애플 주가가 하락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애플 주가는 올 들어 지금까지 14% 하락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12% 정도 반등하고 있다.
애플 주가는 과거에 비해 그리 비싸지 않지만, 그렇다고 싼 것도 아니다. 현재 내년 추정 이익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이 23.5배에 이르고 있다. 애플의 PER은 2015년 이후 7년 간 평균 17.5배 수준이다.
한편 실적 발표 후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루카 매스트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진행할 컨퍼런스 콜에서 향후 경기 둔화와 관련해 어떤 발언이 나올 지도 주목된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경기 둔화에 대비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부 사업부문에서 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쿡 CEO가 사실 여부를 확인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