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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계 글로벌 경제 전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18일 `한국: 앞으로 30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현재 2.5% 수준인 한국의 추세(잠재) 성장률이 2030년이 되면 2.0%로 낮아진 뒤 2050년에는 1.5%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는 최근 한국 정부와의 연례협의 이후 빠른 고령화와 최근 인구구조 등을 감안해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3%로 낮춰 잡은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의 판단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지만,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런 흐름이 더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임을 지적한 것이다.
보고서를 집필한 알렉스 홈즈 캐피털이코노믹스 아시아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가 팬데믹 하에서도 상대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고, 그런 만큼 큰 충격 없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한국 경제의 중장기 전망은 그리 밝진 않다”고 지적했다.
그가 문제 삼은 것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가능인구 감소였다. 홈즈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의 노동생산성 증가세는 가속화하고 있지만, 만15세 이상 일할 능력이 있는 노동가능인구 수가 감소하는 영향을 상쇄할 정도로 충분하진 않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10년 전만 해도 4%나 됐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5% 수준까지 너무 빠르게 줄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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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런 잠재성장률 하락세는 결국 노동가능인구 증가세 둔화와 감소 때문인데, 현재 유엔 인구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의 노동가능인구는 이미 정점을 찍고 2020년대 말까지 매년 0.5%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홈즈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문재인 대통령 역시 최근 이민과 출산율 상승과 여성들의 경제참여 확대를 위한 조치들을 발표했고 다른 나라들에서처럼 이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고질적인 저(低)출산과 낮은 여성 경제참여율은 한국 내 확고한 사회규범을 반영하고 있어 단기간 내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 앞으로 수 십년 간 급격한 경제인구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전반적인 노동생산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며 특히 서비스분야에서의 생산성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 탓에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라고도 지적했다.
홈즈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가 이미 세계적으로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만큼 성장세가 둔화한다고 해서 반드시 큰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둔화하는 성장은 분명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고 향후 정부와 민간부문의 부채를 줄여 나가는 디레버리징 과정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한국 경제가 서비스부문에서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최상의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우수한 교육시스템과 탁월한 연구개발(R&D) 포지셔닝을 앞으로도 잘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 샌드박스를 포함해 과도한 규제를 줄여 나감으로써 기업들이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국내 연구기관에서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1981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자료를 바탕으로 10년 단위로 생산가능인구당 잠재성장률을 계산한 결과, 1980년대(1981∼1989년) 7.6%에서 1990년대(1990∼1999년) 5.3%, 2000년대(2000∼2009년) 3.8%, 2010년대(2010∼2019년) 2.1%로 계속해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특히 잠재성장률의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생산가능인구당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총요소생산성, 자본스톡, 노동시간, 고용률 등의 요인별로 10년 단위 평균 증가율을 추산했다. 그 결과 고용률을 제외한 모든 요인에서 증가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 자본 외 규제, 기술개발 등 눈에 안 보이는 생산요소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뜻하는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은 1980년대 6.4%, 1990년대 4.2%, 2000년대 4.1%, 2010년대 2.9%였다. 자본스톡(축적된 자본 총량) 증가율은 0.7%→2.1%→0.3%→0.0%로 1990년대에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가 이어졌다. 또 평균 노동시간 증가율은 0.1%→0.8%→-0.9%→-1.2%로 감소폭이 커지고 있는 반면 고용률은 2000년대부터 0.4%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최근 들어 생산가능인구당 잠재성장률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방치할 경우 경제의 기초 체력이 급속히 약화되면서 역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노동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성장은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노동과 자본은 투입량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성장 잠재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총요소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업 규제를 개혁하고 세제 지원을 강화해 연구개발(R&D)와 기술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