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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날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기술적 불이행’으로 불리는 현지 법에 의거, 자국 내에서 발행된 달러 표시 공채 상환을 2021년까지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상환을 연기한 공채 규모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으나, 외신들은 100억달러(약 12조 2000억원) 규모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중도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정권은 현재 국제통화기금(IMF)과 1000억달러 규모의 채무에 대해 재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에는 17억달러 상당의 페소 표시 채권 상환을 연기하기도 했다.
마르틴 구스만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조치는 지속적인 부채 상환 가능성을 회복하기 위한 계획의 일부”라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탄탄한 발판을 되찾고 가장 취약한 부문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로 채무 재조정 협상에 차질이 생긴 상황에서 아르헨티나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이 국제법에 따라 발행된 외화 부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도 “이번 결정으로 단기적으로 달러 지불을 더욱 관리하기 쉬워졌다”며 “아르헨티나가 협상이 전개되는 동안 국제법에 따른 부채를 처리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지 컨설팅 업체인 엘립시스는 NYT에 “정부가 올해 상반기 동안 포괄적인 부채 구조조정을 취하기 위해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라며 “대외 부채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피하고 싶다는 의도로 해석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FT는 “국제법에 따른 외화 부채 구조조정 계획에 새로운 우려를 제기했다”며 “채무불이행을 우려하는 일부 공격적인 채권자들로부터 국제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암허스트 피어폰트의 남미 담당 고정수입 책임자인 시오반 모던은 FT에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전망이 높아졌다”며 “부채 상환에 대한 광범위한 모라토리엄(지급 유예)의 시작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르헨티나가 경제 개혁을 원치 않기 때문에, 만약 의도적으로 상환을 피하는 것이라면 채권자들은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아르헨티나의 장기 통화 신용등급을 기존 ‘CC’에서 ‘‘제한적 디폴트’(RD·Restricted Default)’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