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구상엽)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글로벌 해운사인 니혼유센 법인과 유코카캐리어스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8개 선사가 2002년 8월부터 2012년 9월까지 GM·BMW 등 자동차 업체의 해상운송사업자 입찰에서 기존 선사가 계약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일부러 높은 가격으로 투찰하거나 입찰을 포기하는 담합 행위를 했다며 지난달 18일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 대상은 니혼유센·쇼센미쓰이·카와사키키센·니산센요센·이스턴카라이너(이상 일본), 발레리어스 빌렐름센(노르웨이), 콤빠니아 수드 아메리까나 데 바뽀라스 에스에이(칠레), 유코카캐리어스(한국)다.
당시 공정위가 수년간 조사한 대형 담합사건을 공소시효(9월 5일)를 불과 17일 남겨놓고 검찰에 고발해 뒷말을 낳았다. 이에 검사 6명과 수사관 9명 등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소속 인력이 전부 이 사건에 투입돼 급하게 사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 기간 유코카캐리어스의 에릭 노클비 대표를 부르는 등 21명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늑장 고발에 더해 공정위 조사내용도 범죄혐의 입증에 미흡하자 사실상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조사결과 8개 선사가 2002년 8월 해운선사 고위임원 모임에서 ‘타사 계약 화물을 존중하고 침범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합의했고 이후 장기간 입찰담합을 벌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담합범죄가 성립하려면 담합의 합의와 함께 구체적 이행(입찰)도 특정되야 한다고 판단했다. 각 해운사들의 입찰담합 행위가 내용과 시기별로 규명되야 하는데 공정위 조사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형법에서 담합의 공소시효가 5년인 점을 감안하면 2012년 9월 5일 이후 선사들의 입찰담합이 특정되야 형사처벌할 수 있지만 공정위 조사에는 이 기간 업체들의 담합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에 선사들을 다시 수사해 니혼유센과 유코카캐리어스가 2012년 9월 13일과 2012년 10월 담합행위를 한 것을 파악해 혐의를 적용했다. 2012년 9월 이후 담합행위가 확인되지 않은 업체들은 공소시효 경과 등으로 불기소(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가 업체간 합의만을 담함범죄 구성요건으로 본 것 같다”며 “외국의 경쟁당국도 그렇게 보지 않는다. 실제 입찰행위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이봉의 한국경쟁법학회 회장과 신희택 무역위원회 위원장 등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했다고 전했다.
검찰 측은 “자동차 해상운송 국제 카르텔은 국내 자동차 제조사 및 소비자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기에 본건 수사로 국내 회사와 소비자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려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기소된 2개 선사에 대해 사안을 중대성을 고려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회사 대표 등 개인은 고발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범죄구성 요건을 잘못 인식한 게 아니다. 담합에서 전체적으로 하나의 공동행위가 성립했다고 봤다”며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