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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수익 기자]“다음 정부에서 안보불안 등 컨트리리스크를 해소하고 구조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주식시장은 더욱 활력을 되찾고 주가는 안정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지난 8일 주가지수 최고치 돌파 관련 메시지)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얘기할 때 북핵 등 지정학적위험과 함께 후진적 기업지배구조를 언급합니다. 문 대통령은 이 두 가지를 다 언급한 것인데 대북·외교정책의 영역인 컨트리리스크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평양에 대한 포용정책이 효과적으로 재개된다면 국가 신용등급에 긍정적 효과를 끼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오늘은 구조개혁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겠습니다. 일부에선 새 정부의 대기업 규제정책이 많아서 상장 대기업 주가에 부정적이란 분석도 있는데요. 이 전제가 성립하려면 우선 규제라고 지칭하는 항목들이 누구에 대한 규제인지를 먼저 따져봐야합니다.
다중대표소송 규제 대상은 자회사 이사…그룹 경쟁력 끌어올리는 순기능 있어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재벌의 불법경영승계·황제경영·부당특혜 근절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 책임을 추궁하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또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도 도입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에 엄정한 법 집행과 사면권 제한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계열공익법인, 자사주, 우회출자 등 법 사각지대를 악용한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 차단 마련 △기존 순환출자 단계적 해소도 언급했습니다.
하나씩 따져볼까요. 먼저 다중대표소송은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규제 대상은 상장 대기업이 아니라 상장기업에 손실을 입힌 자회사 이사진입니다. 이 소송에서 주주가 승소하면 자회사 이사진은 손해배상해야 하는데 배상금은 자회사에 귀속됩니다. 자회사 이사진의 그릇된 결정에서 비롯한 손해액을 되찾아주고, 더 나아가 이사진이 다시는 불법 또는 임무를 게을리 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자회사 가치가 높아지고 덩달아 주식시장에 상장한 모회사 가치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게 다중대표소송 도입을 찬성하는 쪽의 논리입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대기업 주가에는 당연히 부정요인이 아닌 긍정요인입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최근 보고서에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으로 지주회사 주주들이 자회사 경영진을 적극 감시하고 책임을 직접 추궁하면 자회사의 책임경영 강화, 그룹 전체적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순기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집중투표·감사위원 분리선임 반대론 거세지만 이사회 기능 되살리는 효과
다음은 집중투표제 또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도 도입입니다. 먼저 집중투표는 특정 이사후보자에 자신의 보유주식만큼 ‘몰표’를 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예컨대 1% 지분을 가진 주주 A씨가 있고, 총 3명의 이사진을 선임하는데 후보자가 4명이라고 가정해봅니다. 이때 A씨는 한명의 후보자에 3% 의결권을 몰아주는 대신 나머지 3명에겐 표를 주지 않을 수 있는 제도가 집중투표입니다.
현재는 회사 정관 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합니다. 즉 정관에 아무런 언급이 없으면 집중투표제를 하는 것이고, 정관에 언급하고 있으면 하지 않는 것입니다. 상당수 기업은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어놓고 있습니다. 이것을 예외없이 의무화하자는 게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입법 흐름이고 문 대통령의 공약도 이와 같습니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큽니다. 집중투표에 관심을 가질만한 곳은 대체적으로 소액주주가 아니라 기관투자자나 연기금·헤지펀드 등 ‘큰손’들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의 목표는 자신들의 투자수익률 상승이어서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이 아닌 단기상승에만 몰두한 행동을 보일 것이란 지적입니다. 분명히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다만 이러한 반박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대주주나 경영진이 원하는 이사진으로만 구성한 상장기업의 이사진이 과연 최선이었나. 끊이질 않는 대주주·경영진의 사적이익 추구, 횡령·배임 등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앞에 이사진은 무엇을 했나.
감사위원을 겸임하는 사외이사를 분리 선출하자는 방안도 이사선임 관련 조항을 바꾸는 것으로 집중투표제와 함께 상법 개정사안입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이사회에서 1~2명의 중립적 이사를 진출시키는 방편이라면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기업 경영권이 위협받는다고 보기 어렵고 대부분 기관은 기업에 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주요 대기업 주가하락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히려 일감몰아주기 제어, 이사회 기능 회복 등 순기능이 더해져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에 엄정한 법 집행`은 두말할 것 없이 기업에도 주주에도 모두 좋은 일입니다. 경제범죄에 관대하다면 단순히 주가 차원이 아니라 나라 경제를 갉아먹는 일입니다. 법 사각지대를 악용한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 차단, 기존 순환출자 단계적 해소 공약도 회사가 신성장투자나 주주·임직원에 쓰여야할 재원을 총수일가의 지배력 지탱에만 쓰지 않도록 견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규제대상은 대주주 또는 오너이지 회사가 아닙니다. 누군가에는 껄끄러울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지배구조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언젠가는 도입해야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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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이와 관련 “재벌개혁이 이뤄지면 보다 나은 기업 지배구조로 변모돼 다른 글로벌 시장에 비해 한국 주식시장이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떨쳐내고 한국 기업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배구조 개선은 정상적인 이사회 기능이 작동하고 이를 통해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걸러내는 기능을 갖추게 만듭니다. 정경유착을 끊어내는 것은 누구보다 기업에 좋은 일입니다. 또한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교란행위 근절하겠다는 공약은 시장이 건전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겠다는 것도 그간 비정상적인 의결권을 정상으로 돌려놓겠다는 것입니다. 모든 제도에는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합리적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겠지만 국민연금이 제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면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합병이나 의사결정을 일정수순 제어하는 역할을 하게될 것입니다.
“다음 정부에서 안보불안 등 컨트리리스크를 해소하고, 구조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주식시장은 더욱 활력을 되찾고 주가는 안정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각종 어려운 지표들을 거론하면서도 결론은 주가가 오를 때 더 오를 것이라 전망하고 떨어질 때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증시전망이 더 쉽고 간결해보입니다. 이러한 `규제`를 통해 구조개혁에 성공한다면 상장기업의 가치가 높아지고 주가도 긍정적일 것입니다. 물론 남은 문제이자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실천이겠죠.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 온전히 합의되지 않을 수 있고, 큰정부와 복지확대를 지향하는 새정부의 정책 기조가 시장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도 지켜봐야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