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모(52)씨는 지난해 가을 자신이 보유한 강남 테헤란로 건물을 이웃인 정모(51)씨에게 팔았다. 건물이 워낙 커 살만한 사람이 마뜩지 않던 터 였다. 그는 정씨의 신분이 확실했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업소도 거치지 않고 안전하게 매물을 직거래했다.
초고가 주상복합 단지와 타운하우스 등 고급 주택 내 상류층의 커뮤니티가 진화하고 있다. 과거 자녀 교육과 친목, 재테크 정보 공유 위주였던 ‘그들 만의 리그’가 사업 지원과 공동 투자, 재산 거래 등으로까지 빠르게 확장되는 모습이다.
갤러리아 포레 시공사인 한화건설의 장원석 마케팅부장은 “요즘에는 고급 주택의 타운화로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비즈니스 하우스’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며 “이런 인적 네트워크에 매력을 느껴 이 아파트를 택한 계약자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고급 주택 거주자 간의 커뮤니티는 단순 교류를 넘어 혼맥(婚脈)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집 한 채당 40억원을 웃도는 강남 삼성동 S빌라에서는 최근 미혼의 젊은 사업가 A씨와 입주민 자녀의 혼사가 추진됐다. 딸을 둔 입주민 다수가 건설사 직원에게 중매를 요청했던 것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자녀 혼사를 위해 고급 주상복합이나 빌라로 이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기본적인 사회적 지위나 재력이 담보되고 집안 사정도 가까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과거 호텔이나 사적 모임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좀 더 신분이 확실하고 신뢰감 높은 유대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나 빌라로 옮겨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