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수·영 어려웠다…채점결과로 '불수능' 확인

신하영 기자I 2023.12.07 14:00:00

국어 ‘불수능’으로 평가…“2019학년 이후 가장 어려웠다”
수학도 만점자 작년 대비 322명 감소…시험 난도 높아
영어 1등급 비율 4.71% 그쳐…“절대평가 도입 후 최저”
“내년 의대 증원 방침에 상위권 소신 지원 경향 변수”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지난달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수학·영어가 모두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 과목 만점자는 전국적으로 1명(졸업생)에 불과했다.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도 불구, 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한 셈이다.

지난달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수학능력시험 가채점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이러한 내용의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올해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은 총 44만4870명으로 재학생이 64.6%(28만7502명), 졸업생·검정고시 출신이 35.4%(15만7368명)를 차지했다.

◇국어, 2019학년도 이후 가장 어려워

수능 채점 결과 국어·수학·영어 등 주요 영역이 모두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어는 ‘역대급 불수능’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어 표준점수(표점) 최고점은 150점으로 작년 수능(134점)보다 16점이나 상승했다. 수험생들의 상대적 성취 수준을 나타내는 표준점수는 시험이 어려울수록 상승한다. 국어 표점 최고점이 150점에 달한 연도는 2019학년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국어 만점자에 해당하는 표점 최고점자는 64명으로 전년(371명) 대비 307명 감소했다.

수학도 국어보다는 덜하지만 사실상 ‘불수능’에 해당한다. 2022학년도 문·이과 통합수능 도입 이후 치러진 수능 중에선 가장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평가원에 따르면 수학 표점 최고점은 148점으로 작년 수능(145점)보다는 3점이, 재작년 수능(147점)보다는 1점 상승했다. 표점 최고점자 역시 612명으로 작년 수능(934명) 대비 322명 줄었다.

영어 또한 절대평가로 전환한 2018학년도 이래 가장 어렵게 출제됐다. 올해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은 4.71%로 절대 평가 시행 이래 가장 낮았다. 교육계는 영어 1등급 비율 7~8% 정도를 적정 수준으로 보는데 이에 절반 수준만 90점 이상을 받았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올해 수능은 킬러문항 배제 방침에도 불구, 주요 영역이 모두 어렵게 출제되면서 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한 시험으로 평가된다. 국어와 수학 간 표점 최고점 차도 2점에 불과하다. 둘 중 한 특정 영역이 대입 당락을 좌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국어와 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는 전년도 11점에서 2점으로 감소해 상대적으로 특정 영역이 대입에 미치는 영향력은 완화됐다”고 했다.

◇“중위권 체감 난도는 작년과 비슷”

다만 올해 수능이 문·이과 통합시험 도입 이후 가장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킬러문항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수학영역 46개 문항 중 6개 문항(13%)이 고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나 출제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육부와 평가원은 올해 수능에서 킬러문항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민철 기획관은 “수능출제점검위원회에 현직 교사들을 참여시켜 출제단계부터 킬러문항을 배제했다”며 “다소 변별력 있는 까다로운 문항 출제는 있었지만 교육과정을 벗어난 킬러문항은 없었다”고 했다.

수험생 체감 난이도 역시 상위권은 높았지만, 중위권은 작년 수능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영주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1~2등급과 달리 3등급 구분 점수는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실제 국어 3등급 구분 점수는 116점으로 작년 수능(117점)보다 1점 낮아졌다. 수학도 3등급 구분 점수가 118점으로 작년(119점) 대비 1점 하락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이 확보되면서 대입에선 하향 지원보다는 상향·소신 지원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자연계 학생들은 내년도 의대 모집정원 확대 방침과 맞물려 소진 지원 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의대 선발 확대에 따른 기대 심리가 작용, 올해 입시에선 상위권의 소신·상향 지원 경향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수능 국어·수학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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