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조작하고 냉동비축까지…하림 등 토종닭 담합 ‘철퇴’

조용석 기자I 2022.05.12 12:00:00

9개 사업자에 약 6억 과징금…토종닭협회도 제재
협회 중심 가격·생산량 담합…병아리 사업자 압박도
가금류 담합 제재 마무리 수순…오리 심의만 남겨
“국민 먹거리 분야 법 위반 행위 지속감시”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토종닭 담합에 가담한 하림 등 9개 사업자에 대해 억대 과징금 제재를 결정했다. 이들은 앞서 제재를 받았던 육계(치킨), 삼계닭 사건과 유사한 수법으로 담합을 하며 시장을 교란시켰다.

(자료=한국토종닭협회 홈페이지 캡쳐)


12일 공정위는 하림 등 9개 토종닭 신선육 제조·판매사업자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과징금 총 5억 9500만원 및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하림이 3억 300만원으로 가장 많이 부과됐고 참프레(1억 3500만원), 올품(1억 2800만원) 순이었다. 또 담합 구심점 역할을 한 한국토종닭협회에도 과징금 1억 400만원과 시정명령 제재를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9개 사업자는 2013~2017년 4차례에 걸쳐 판매가격·출고량 등을 담합했다. 9개 사업자의 2016년 기준 시장점유율(도계량 기준)은 80% 이상으로, 이들이 담합은 성공확률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절대적이다.

먼저 하림, 올품, 체리부로, 사조원, 농협목우촌 등 5개사는 2013년 5월 복날 성수기를 앞두고 시세 상승을 위해 토종닭 신선육 13만 4000마리를 냉동 비축하기로 결정했다. 또 하림, 올품, 체리부로, 참프레, 마니커도 2015년 12월 토종닭 시세가 지속 하락하자 신선육 7만 5000마리를 냉동 비축키로 합의했다. 신선육을 냉동하면 가치가 크게 떨어짐에도 출고량을 조절하는 담합을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격 담합도 했다. 하림 등 6개 사는 2015년 토종닭 판매가격 요소 중 하나인 제비용(도계 공정에 필요한 경비)를 1100원으로 함께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또 2017년 하림 등 4개사는 판매가격 요소 중 하나를 조작해 최종가격을 올리기로 합의하고 실행했다. 가격, 출고량 담합은 입찰, 시장분할과 함께 경성 카르텔로 불리는 악성 담합으로 무겁게 제재한다.

토종닭 주요 사업자 대부분이 담합에 참여한 관계로 가격 상승효과도 뚜렷했다. 토종닭협회의 수급조절 결과보고서 등에 따르면 ‘2013년 수급조절 시행 후 산지 시세가 생산원가(2600원/㎏)를 회복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체 담합 관련 매출액은 약 590억원(과징금 부과율 1%) 수준이다.

하림 등이 모두 구성사업자로 참여한 토종닭협회는 출고량 및 가격 조절 협의를 위한 구심점 역할을 했다. 또 협회는 사육농가에 토종닭 병아리를 독점 공급했던 ‘농업회사법인 한협’에 대해 생산량 담합 조절을 목적으로 종계(부모닭) 병아리 판매를 제한하는 등 위법한 압박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아리 분양이 유일한 사업인 한협은 협회의 결정에 크게 반발했으나 강압을 이기지 못하고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 = 공정위)


공정위는 2019년부터 국민 물가와 직결되는 닭고기를 포함한 가금류 담합을 조사·제재해왔다. 2019년에는 종계(種鷄·부모닭), 2021년에는 삼계, 지난 3월에는 육계 담합을 적발·제재했다. 특히 가장 시장이 큰 육계 담합과 관련해 16개 사업자에 175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오리 담합에 대해서도 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상훈 카르텔조사과장은 “국민식품인 닭고기를 대상으로 자행되는 담합 등 불공정행위 근절을 기대한다”며 “국민 먹거리·생필품 분야에서 물가상승 및 가계부담을 가중시키는 법 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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