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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이 오계의 유전체 지도를 작성해 세계 최초로 검은 닭의 유전적 기준 마련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닭의 참조 서열은 ‘아프리카 야생닭’ 한 품종과 비교해왔으며, 검은 닭은 참조 서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오계를 길렀는지는 정확치 않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 중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는 고려시대 문인이자 학자인 제정 이달충(1309~1385) 선생의 문집 ‘제정집’에 오계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다. 조선시대에 허준 선생이 편찬한 동의보감에는 오계의 약효가 상세히 설명돼 있다.
지금까지는 오계의 원산지가 동남아시아이며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래됐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그러나 현지에서 사육중인 오골계들이 우리나라의 오계와 확연히 다른 점으로 보아 오래 전 어떤 경로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뒤 토착화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조선조 19대 숙종임금이 중병을 앓던 중 연산오계를 드시고 건강을 회복한 후부터 충청지방의 특산품으로 해마다 임금님께 진상되었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오계의 볏은 왕관(crown)형이며 검붉은 색을 띠고 있다. 암컷의 볏은 수컷보다 훨씬 작으나 모양은 수컷과 같다. 깃털은 청자색이 감도는 흑색이며, 가끔 흰색(白毛)이나 얼룩무늬(斑毛) 깃털을 입고 나오는 것도 있다.
농진청은 야생닭 유전체 지도와 비교한 결과, 오계에서만 발현하는 918개 유전자를 찾았다. 반면 아프리카 야생닭에서 발현되는 33개의 유전자는 오계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았다. 오계의 볏, 정강이, 피부 등에서 다른 조직보다 케라틴은 9배, 라미닌 유전자는 10배 이상 더 발현하는 것을 확인했다. 두 유전자는 근육막의 구조 유지뿐 아니라 조직을 보호하는 데 기여한다.
농진청은 “이번 연구는 오계를 바탕으로 중국의 ‘실키’, 인도네시아 ‘아얌 쯔마니’ 등 세계 검은 닭의 특성을 파악할 첫 번째 유전자 안내 지도를 작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앞으로 우리 오계와 다른 나라의 검은 닭의 차이를 밝히는 원천 정보로 활용이 기대된다”면서 “오계의 고유 특성과 연관된 유전자 정보는 품종을 식별하는 열쇠로 활용할 수 있고, 우리 유전자원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농진청이 지원하는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 사업의 하나로, 한양대와 함께 진행했고, 유전체 연구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기가사이언스’ 7월호와 ‘국제분자과학회지’ 8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