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국내 대표기업 삼성을 겨냥한 영화가 잇달아 선을 보일 전망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 및 사회 고발성 영화가 홍수를 이루는 가운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영화로 삼성의 부당함을 알리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시민단체인 민생연대는 22일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영화 ‘10년 전쟁’ 제작 발표회를 개최한다. 이 영화는 실제 인물인 조성구 전 얼라이언스 시스템 대표가 삼성SDS와 10년간 법정 싸움을 벌인 이야기를 다뤘다. 조 씨는 ‘엑스톰’이란 사무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한 벤처 기업가이자 IT 중소기업 대표. 지난 2002년 삼성SDS와 제품 공급 거래를 했으나 계약 내용이 잘못돼 조씨는 삼성을 고소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조씨는 협력사에게 기업 사냥을 당하는 등 삶이 망가진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지난 1996년 ‘학생부군신위’로 대종상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김상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영화 제작비는 일반 시민들의 모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목표액은 10억원이며 개봉은 내년 봄으로 잡혀 있다. 제작측에 따르면 대기업 삼성을 겨냥한 것이라 유명 배우들이 선뜻 나서지 않아 캐스팅에 애를 먹고 있다.
영화를 후원하고 있는 이선근 경제민주화촉진영화제작위원회 대표는 “삼성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워낙 언론 장악 능력이 뛰어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영화라는 수단을 통해 삼성의 잘못을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될 ‘또 하나의 가족’이란 영화는 삼성전자(005930)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지난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영화는 지난 1일부터 온라인 펀딩 사이트 ‘굿펀딩’에서 제작비 모금을 시작, 이날까지 8300만원을 모았다. 네티즌이 십시일반으로 제작비를 거두면서 목표 금액인 1억원에 거의 도달했다. ‘인사동 스캔들’의 김태윤 씨가 감독을 맡고, 영화배우 박철민과 윤유선 씨가 캐스팅됐다.
대선을 앞두고 극장가에선 사회고발 성격이 짙은 영화들이 대거 개봉되고 있다. 해외 입양을 위장한 아동 장기매매 사건을 다룬 ‘바비’를 비롯해 고 김근태 의원의 자전적 수기를 바탕으로 만든 ‘남영동 1985’, 현 정권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MB의 추억’ 등이 현재 상영되고 있다.
이번에 제작될 ‘10년 전쟁’과 ‘또 하나의 가족’은 삼성이라는 특정 기업을 정면으로 다룬 고발성 영화다. 이 같은 영화는 일반 상업 영화와 달리 시민 모금이나 자원봉사를 통해 제작되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단 시간내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의 흥행 성공으로 고발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앞다퉈 외치면서 이런 류의 영화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