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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美 대이란 제재 무시하라"…은행권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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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5.04 14:43:38

정상회담 앞두고 전례없는 공세적 전환
헝리 등 민간 정제사 제재 이행 금지령
진퇴양난 中은행, 위안화 결제 우회 검토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중국 금융권이 미·중 갈등의 전선에 끼어들게 됐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준수하지 말라고 공식 지시하면서, 해당 기업들과 거래 중인 은행들이 미국 제재와 자국 정부 명령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 보도했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중국 상무부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이란산 원유 거래와 연계된 민간 정제업체 5곳을 겨냥한 미국 제재의 인정·집행·준수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헝리석유화학(다롄)정유유한공사가 대표적 기업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번 조치를 “중추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이번 달 예정된 가운데 나왔다.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던 시점에 중국이 공세적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中 금융권, 난감한 처지에

이번 금지령은 중국 금융권을 직접적인 딜레마에 빠뜨렸다. 헝리 및 관련 기업들과 거래 중인 금융기관들은 이번 결정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금융 감독 당국에 구체적 지침을 요청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 주 중국 공휴일과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유예 기간이 숨 고를 여유를 주고 있지만, 구조적 해법은 아니다.

중국 은행들이 검토 중인 우회 방안 중 하나는 위안화 결제다. 달러 결제보다 미국 당국의 감시망에 노출될 위험이 낮기 때문이다.

제재 대상 다롄 정유법인의 상하이 상장 모회사인 헝리석유화학은 지난 4월 올해 자사와 전 계열사를 위한 총 은행 신용 한도를 2350억 위안(약 50조7000억원)으로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AFP)
미국 제재 시스템 시험대

중국은 2021년 도입한 ‘차단 조치’를 이번 금지령의 법적 근거로 활용했다. 자국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외국 법령으로부터 중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상무부 자문을 맡은 지원화 법학 교수는 관영 경제일보 기고문에서 “이번 금지령의 핵심 목적은 중국 영토 내에서 미국 제재의 법적 효력을 무효화하는 것이지, 더욱 공격적인 보복 조치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라시아그룹은 이번 차단 조치가 정상회담 자체를 무산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응 수위에 따라 사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미닉 치우가 이끄는 유라시아그룹 팀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이들 정제업체와 거래하는 중국 은행이나 주요 국유기업으로 2차 제재를 확대할 경우 중국은 더욱 강력한 맞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경제 무기 다각화하는 중국

블룸버그는 중국이 희토류에 이어 기술 분야까지 대안적 경제 수단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은 앞서 메타 플랫폼스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마누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하는 거래가 성사된 이후에 이를 차단하기도 했다.

싱가포르국립대 정치학과 자 이안 총 부교수는 “중국은 가능한 한 많은 압박 수단을 확보하고 싶어 한다”며 “이번 조치는 통제 강화라는 맥락에서 봐야 하며, 일회성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헝리는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에 대규모 석유 처리·화학 복합단지를 보유한 현대적 민간 정제업체의 상징과 같은 기업이다. 중국의 민간 정제업체들은 이란·러시아·베네수엘라산 할인 원유를 적극 활용해왔으며, 대형 국영 정제업체에 비해 미국 금융 시스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이번 사태의 핵심 분기점은 미국의 다음 행보다. 미국이 중국 민간 정제업체와 거래 중인 중국 국유은행에까지 2차 제재를 확대할 경우, 미·중 갈등은 금융·에너지 시스템 전반의 충돌로 번질 수 있다. 이번 달 예정된 트럼프-시진핑 회담이 이 긴장을 완화할 외교적 출구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변수를 낳을지 주목된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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