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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업체는 시공사 부도를 통해 공사(서울 관악구 소재 백화점 신축)가 중단된 시행사의 80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을 2015년 3월 공매를 통해 양수했다. 이후 2016년 3월 공사현장(신탁부동산)의 등기상 소유자(수탁자)로부터 1순위 우선수익권자로서 건축물의 관리권을 위탁받았다.
B업체의 경우 채권공매 등과 별도로 2017년 1월 시행사와 공사현장 시행권 양수도계약을 맺었고 대금 일부를 지급했다. B업체는 이를 근거로 시행사의 건축주 내지 공사현장 등기상 소유자에 대한 위탁자로서의 권한 대위행사와 수분양자 단체로부터의 유치권 등 승계를 주장하며 A업체와 공사현장 점유와 관리 권한을 놓고 분쟁을 벌였다.
B업체는 2017년 11월 용역직원들을 통해 2016년 2월부터 공사현장을 점유하고 관리하던 A업체 용역직원들을 내보내고 이를 점거한 뒤, 관할 경찰서에 집단민원현장 경비원 배치 신고와 관련 허가를 받아 2018년 1월까지 65일가량 경비원 10명가량을 상주시켜 공사현장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에 A업체는 다시 공사현장의 점유를 탈환하기로 마음먹고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약 80~100명의 용역직원을 모집해 공사현장에 침입했다. 특히 이들은 관광버스 2~3대에 나누어 타고 공사현장 앞에 집결한 뒤 포크레인을 동원해 공사현장 철재펜스를 뜯어내고 집결한 용역직원 가운데 60~80여명으로 하여금 쇠파이프, 해머 등을 휴대시켜 건조물 내부로 진입하게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용역직원들은 건조물 내부로 들어가 그곳에서 경비 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B업체 소속 직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는 등 현장을 탈환, 점거했다.
A업체 대표를 비롯한 피고인들은 건조물에 대해 점유회복을 하지 못하면, 그 건조물에 대한 매매협상이 결렬될 위기에 있었고, 건조물을 보수·유지할 필요도 있었으며, 법적 절차로는 점유침탈로 인한 경제적 궁박 상태를 해소하기 어려워 자력구제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업체 대표 등 5명에게 특수건조물침입과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B업체가 불법적으로 A업체의 점유를 침탈했다면 점유 회수의 소를 제기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해 권리를 구제받아야 한다고 봤다.
A업체 대표 등 피고인 5명은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이를 모두 기각했다. 피고인들은 용역직원들이 쇠파이프, 해머 등을 휴대한 사실이 없으므로 특수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60~80명의 용역직원은 다중의 형태로 집결한 다수인원으로 사람의 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이는 형법에서 정한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에 해당한다”며 “즉, 용역직원들이 위험한 물건을 휴대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이 사건 특수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대법원도 A업체 대표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B업체가 불법적으로 공사현장을 점거했지만 관할 경찰서로부터 집단민원현장 경비원 배치 허가를 받아 약 65일간 경비원을 상주시키면서 점유·관리해 온 상황”이라며 “원심은 피고인들이 정당하고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건조물에 침입한 이상 특수건조물침입의 점을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특수건조물침입죄 성립과 공모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