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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 나로호 부품 관리 허점...판매 뒤 회수 '해프닝'

강민구 기자I 2020.06.26 14:13:11

인수인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뒤늦게 인지
항우연 내부 감사 착수...자산에는 해당 안돼
우주개발 이뤄지며 시제품 폐기 규정 마련 필요성도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지난 2013년에 발사한 로켓 ‘나로호’ 개발에 사용된 부품 일부가 고물상에 팔렸다가 되돌아온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의하면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는 지난 3월 20일 나로호 부품 10개를 700만원에 고물상에 팔았다가 나로호 부품 ‘킥모터’ 시험 모델 등 10여개 부품이 들어 있는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10일만에 500만원을 주고 회수했다. 항우연은 이 사안에 대해 내부 감사중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나로호 실험실 성능 모델 일부를 고물상에 팔았다가 재구입했다.<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유튜브>
해당 부품은 발사체에 실린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실험실에서 성능을 시험할 때 사용하는 인증(QM)모델로 제작됐다. 품목은 받침류,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인 페어링,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 모형 등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의하면 해당 부품들은 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로호 발사 성공 이후 지난 2016년 우주과학관에 전시할 목적으로 전임자가 컨테이너 박스에 보관했다. 하지만 과학관에서도 전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4년간 컨테이너 박스 형태로 방치됐다. 이후 전임자가 인사 이동하며 신입직원이 후임을 맡았다. 후임자는 과학관 관람객 등에게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발사체 본부의 의견을 구해 폐기물로 처리했다. 발사체 본부도 녹슨 컨테이너 박스 처리를 승인했다. 전임자를 제외한 항우연 관계자들이 컨테이너에 나로호 부품이 포함됐는지 인지하지 못했고, 뒤늦게 전임자가 이 사실을 확인하며 조치가 이뤄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해당 물품은 자산에 해당하지 않는 받침류, 공구류, 모형 등에 해당하며,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부분의 시제품은 내부에서 잘 관리하고 있었으나 인사가 이뤄지면서 인수인계 미흡으로 발생한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과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나로호 이후 누리호 등 국내에서도 발사체 개발이 진행되면서 시제품에 대한 관리·보관·폐기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 관리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탁민제 KAIST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는 “전시 용도로도 활용하기 부족한 부품들에 대해선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내에서도 우주개발이 진행되는 가운데 시제품 등 폐기물 처리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 잘게 부숴 처리하는 등 관리를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관리돼야 하는 우주발사체 핵심부품이 별도의 관리 절차 없이 항우연 외부로 유출된 상황에 대해 철저한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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