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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RBC 도입은 지난해 11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확정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 내용을 통해 2021년 보험사의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시행에 맞춰 적용하는 신 RBC제도의 적용시기를 6월에서 12월로 늦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애초 금융당국은 3년간 단계적으로 잔존만기를 늘려 RBC 하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었다.
◇암울한 테스트 결과…부채 폭탄에 ‘도산 공포’
이에 따라 보험사는 이달 31일까지 신RBC 도입에 따른 필드테스트(Field Test) 결과를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대부분 보험사가 1차 테스트 결과 값을 산출했고 2차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1차 테스트 결과는 암울했다. 국내 전 보험사가 당장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서지 않으면 도산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 보험사 한 관계자는 “필드테스트 결과가 완료된 것은 아니나 현재 기준으로 모든 보험사가 다 문을 닫을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1차 테스트 결과를 보고받고 상당한 고민에 빠졌다. 국내 사정에 맞는 기준 마련이 더 중요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올해 말 발표하기로 했던 최종안을 내년으로 미뤘다. 국내 여건에 맞는 신RBC 제도 초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내놓고 회사별 영향평가를 거친 뒤 2018년 말쯤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보험사가 전반적으로 건전성이 나빠져 정상 영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적용 시점을 유예하거나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하는 방안을 적용할 방침이다. 일부 보험사만 건전성이 급격히 취약해지면 사별 유예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역시 ‘솔벤시2’를 도입하면서 보험사가 신청하면 16년간 유예기간을 둘 수 있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보험사가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철저한 준비기간을 부여하고 경과기간을 가져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반기 자본확충 5조 추산…“그래도 갈리 멀다”
지난해 초 중국 안방(安邦)보험이 300만 달러(약 35억원)에 알리안츠 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했을 당시 시장의 관심은 수년간 이어져 온 당기순손실 문제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판매했던 예정이율 연 7~8% 고금리 상품이 악성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인수 당시까지 수년간 지속해온 당기순손실에 지급여력비율(RBC)도 2015년 말 기준 183.6%까지 떨어졌다. 신RBC를 도입하면 100%를 밑돌았으리라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알리안츠그룹이 이처럼 헐값에도 서둘러 안방보험에 매각한 것은 대폭 강화하는 유럽의 국제회계기준(IFRS4) 정책 때문이었다.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모든 금융사는 해외 법인도 유럽과 똑같은 회계기준인 솔벤시(Solvency)Ⅱ를 적용받는다. 솔벤시Ⅱ는 자기자본규제를 대폭 강화한 회계기준으로 보험 부채평가 시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그만큼 투입해야 할 자금부담이 크다. 신RBC도 ‘한국의 솔벤시Ⅱ’라는 평가를 받는다.
IFRS17은 보험계약이 성사됐을 때 장래에 예상되는 이익이다. IFRS17에서는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하기 때문에 보험부채가 늘어나 지급여력비율(RBC)이 떨어지고 책임준비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과거 고금리로 판매했던 보험상품은 부채로 잡혀 부채규모가 급격히 늘어난다. 이 경우 지급 여력을 보여주는 순자산은 악화하고 총부채는 늘어나 지급여력기준 금액이 커져 RBC비율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보험부채는 보험사가 앞으로 고객에게 줘야 하는 보험금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의 부담이 다소 줄 전망이지만 수십조 원의 자본확충 현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보험사들은 새로운 RBC 기준에 맞추기 위한 본격 체력강화에 들어갔다. 올해 들어서만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유상증자로만 확충한 자본 규모가 3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지점 수 통폐합과 회사별로 소유한 부동산 매각까지 합치면 상반기에만 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용어설명 IFRS17
원가로 평가하는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국제보험회계기준이다.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하기 때문에 보험부채가 늘어나 지급여력비율(RBC)이 떨어지고 책임준비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과거 고금리로 판매했던 보험상품은 부채로 잡혀 부채규모가 급격히 늘어난다. 이 경우 지급 여력을 보여주는 순자산은 악화하고 총부채는 늘어나 지급여력기준 금액이 커져 RBC비율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