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진철 이지현 정유진 기자] 서울시장 재보선 투표가 시작된 26일 새벽부터 서울시내 곳곳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김황식 국무총리,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유명인들도 아침 일찍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선거전에서 측면 지원을 맡았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주소지가 서울이 아니라서 투표하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국립 서울농학교 대강당에 마련된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오전 8시쯤 전용 승용차를 타고 투표소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투표소에 들어가면서 선거 사무원에게 “투표율 비슷한가요”라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김 여사에게 투표에 필요한 주민등록증을 가져왔느냐고 묻고 직원들에게 “수고가 많다. 옷을 그렇게 입어서 춥겠다”고 격려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오전 8시30분쯤 삼청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부인 차성은 여사와 함께 한표를 행사했다. 김 총리는 투표를 마친 후 결과 예상을 묻는 기자들에게 “그야 누가 알겠습니까”라며 “민주시민은 투표하는 게 당연한 도리다. 투표율에 따라 누가 유리 불리 그런 것은 구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부인 이순삼 여사와 함께 자택 앞 경로당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는 선출직 가운데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번 선거는 오세훈 시장의 사퇴로 생긴 서울시장을 맡을 사람을 뽑는 것이지 대선 후보를 뽑는 것이 아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이날 오전 7시쯤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주민센터에서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투표를 마쳤다. 안 원장은 “선거는 당연한 시민의 권리”라면서 “선관위에서 어떻게 해석할지 몰라 조심스럽다. 선거에 대해선 한 말씀도 못드린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오전 7시25분 남편인 김재호 판사와 함께 신당2동 장수경로당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한표를 행사했다. 검정 바지 정장 차림의 나 후보는 투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선을 다했다”며 “진인사대천명의 마음으로 있겠다”고 말했다. “이길 것 같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잘될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범야권 박원순 무소속 후보도 오전 7시30분 거주지 인근 방배3동 제3투표소에서 부인 강난희씨와 함께 투표했다. 박 후보는 “끝까지 원칙을 지키려 최선을 다했기에 선거기간 내내 행복했다”고 밝혔다.
○…수술을 받은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투표에 참여하는 등 이색 사연도 있었다.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 공업사를 운영하는 김광월(63)씨는 무릎연골 파열에 따른 6시간 수술을 마치고 잠들었다가 이날 아침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투표를 해야 한다며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말했다. 부인 장씨는 이 사실을 병원측에 알리고 중랑소방서 협조를 얻었다. 김씨는 이날 낮 12시40분쯤 구급차를 타고 119구조대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답십리 제2투표소에서 무사히 투표를 마쳤다.
○…오전 8시10분쯤 종로구 가회동 재동초등학교에 마련된 가회제1투표소에서는 일부 유권자들은 출근시간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투표하는데 불편이 많다도 불평하기도 했다. 6살 아들의 손을 잡고 온 30대 후반의 직장 여성은 “투표도 해야 하고 아이도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데 직장 출근시간은 그대로여서 투표하러 올까말까 망설였다”고 말했다.
○…오전 9시30분쯤 서울 서초구 방배3동 투표소에서는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소 앞 인증샷’을 찍는 모습이 간간이 발견됐다. 20대 후반의 한 여성은 “투표를 기념해 촬영했다”면서 “투표용지 인증샷은 처벌한다고 해서 투표소 앞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