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日 국채 거래 실시간화, 美는 주식 24시간 거래…韓 토큰화 시장도 꿈틀"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정윤영 기자I 2026.06.09 07:37:03

김용일 아바랩스(Ava Labs) 아시아 사업 총괄 인터뷰 <1>
日 메가뱅크·증권사, 블록체인 기반 국채 담보 거래 파일럿 착수
국내 증권가 STO·RWA·주식 토큰화 검토…"규제 바뀌면 즉시 출시"
"블록체인은 도구일 뿐…성패는 자산 경쟁력·신뢰도·유통력에 달려"

[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일본 금융권이 블록체인 기반 국채 담보 거래 실험에 착수했다. 블랙록재팬·미쓰비시UFJ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와 MUFG은행·미즈호은행·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등 주요 은행·신탁은행, SBI증권·다이와증권·라쿠텐증권 등 증권사가 참여하는 디지털자산 공동개발 컨소시엄(DCC)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다.

아발란체는 이 파일럿 프로그램의 퍼블릭 블록체인 인프라를 맡고 있다. 3개월 간 진행되는 이 실험의 핵심은 단순하다. 기업이나 기관에서 하루 이틀짜리 여유 자금을 굴릴 때 ‘하루치 이자가 날아가는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김용일 아바랩스(Ava Labs) 아시아 사업 총괄이 1일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
김용일 아바랩스(Ava Labs) 아시아 사업 총괄은 지난 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파일럿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기존에는 종이로 접수하다 보니 오늘 신청하면 내일부터 이자가 지급되는 구조였다”며 “블록체인으로 처리하면 단 7시간 투자도 가능해지고, 24시간 단위로만 가능하던 것이 실시간 가입·판매로 바뀐다”고 말했다. 페인포인트(Pain point)가 명확한 사례다. 그는 “기술이 잘 된다고 시장이 열리는 게 아니다”며 “이처럼 해결해야 할 문제가 분명히 있어야 블록체인 도입이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아바랩스는 레이어1 블록체인 플랫폼 아발란체의 개발사로, 2018년 설립돼 2019년 아발란체 메인넷을 출시했다. 출범 초기부터 금융기관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춰 왔다. 김 총괄은 “국내 증권사와 은행, 카드사들이 블록체인 활용 방안을 검토할 때 참고하는 해외 사례 상당수가 아발란체 기반”이라며 “일본·싱가포르·태국의 중앙은행 및 금융기관 프로젝트와 블랙록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BUIDL) 역시 아발란체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괄은 최근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의 디지털자산 사업 진출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블록체인 인프라의 수요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아발란체를 사용하느냐와 별개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대부분 토큰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STO 플랫폼 구축, 실물자산 토큰화(RWA) 상품 개발은 물론 해외 토큰화 상품을 국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방안까지 폭넓게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바랩스는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펀드 토큰화 및 온체인 운용·결제 시스템 공동 개발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사는 협약을 통해 펀드 토큰화 공동 연구나 글로벌 기관 생태계 연계, 온체인 기반 운용·결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 추진 등 다각적인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권 안팎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해외 주식 토큰화 시장이다. 김 총괄은 “이미 미국에서는 토큰화된 주식이 24시간 거래되고 있다”며 “현재 국내 투자자가 증권사 앱을 통해 해외 주식이나 채권을 매매하는 구조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서류 기반 자산을 블록체인 위로 옮긴 것에 가깝다”며 “명시적으로 금지된 규정은 없지만 허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상당수 금융사가 파일럿 단계에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총괄은 블록체인 기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은 규제보다 수익성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새 조직을 꾸리고 플랫폼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는데 언제 수익이 발생할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블랙록이 성공한 것은 단순히 블록체인을 활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블랙록이라는 브랜드와 상품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발 금융사가 유사한 상품을 출시하더라도 결국 투자자들은 더 신뢰할 수 있는 사업자를 선택하게 된다”며 “블록체인은 어디까지나 인프라일 뿐, 결국 중요한 것은 상품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또 “명확한 사업 전략 없이 시장 분위기에 편승해 진출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오히려 후발 주자로 참여하는 것이 나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RWA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품 경쟁력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총괄은 “좋은 자산이 있어야 투자 수요가 생기는 것이지, 블록체인에 올렸다고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시장을 결정하는 것은 자산의 경쟁력과 발행사의 신뢰도, 그리고 유통 역량”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총괄과의 일문일답이다.

-미래에셋·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취득에 나서는 등 금융-가상자산 통합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이 변화가 아발란체의 영업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6년 전 초기 론칭 때부터 금융기관이나 글로벌 대기업들이 쓸 수 있는 기술을 설계해왔기 때문에 금융과 가상자산 통합 흐름은 회사 입장에서 굉장히 반가운 변화다. 현재 많은 금융기관이 블록체인 활용을 신사업으로 두고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발란체는 이미 5년 전부터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국내 증권사, 은행, 카드사, 간편결제사들이 블록체인 도입을 검토할 때 참고하는 해외 사례들이 대부분 아발란체 기반이다. 일본·싱가포르·태국의 중앙은행이나 상업은행들이 운영 중인 결제 시스템에도 이미 아발란체 활용 사례가 있다.

-블랙록 상품도 아발란체 메인넷을 활용해 개발됐다. 국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서도 아발란체 블록체인을 활용한 상품 개발을 고려하는 곳이 늘었나.

△미국의 블랙록, KKR, 아폴로 등은 이미 STO, RWA를 모두 하고 있다. 이를 보며 국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도 도입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아발란체 사용 여부를 떠나서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사실상 모두 준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STO 플랫폼 개발뿐만 아니라 예컨대 블랙록의 토큰화 상품을 국내에서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방안까지 폭넓게 검토 중이다. 다만 국내 규제가 아직 불투명해 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 기업들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인프라를 미리 완비해두고 규제가 바뀌면 바로 그날 론칭할 수 있게 준비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미국이나 홍콩 해외 법인을 통해 먼저 시작하겠다는 곳도 있다.

-STO 플랫폼 개발, 국내 금융상품 기반의 RWA 상품뿐만 아니라 해외 토큰 상품을 국내 증권사 앱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 모두 고민하고 있는 건가.

△그 중에서도 해외 토큰화 상품의 국내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지금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요즘 해외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분들이 많아졌는데, 미국 장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야 하는 불편함이 크다. 이미 미국에서는 주식이 토큰화돼 24시간 거래되고 있다. 이것을 국내 전산에 연결하기만 하면 한국에서도 24시간 거래가 가능해진다.

-규제 문제는 없나.

△현재 일반 증권 앱에서 해외 주식이나 채권을 사는 것과 구조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별도의 규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종이로 처리하던 것을 블록체인으로 올리는 것이라 오히려 법적 구조는 더 유사하다. 다만 할 수 있다는 것과 바로 출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일종의 그림자규제처럼 작용해 토큰화 상품을 당장 출시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고, 그래서 대부분 내부 파일럿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금융상품을 블록체인으로 옮겨오는 데 가장 큰 허들이 규제인가.

△규제도 물론 중요한 허들이지만, 내부 설득도 만만치 않은 장벽이다. 블록체인 기반을 새로 구축하려면 팀을 새로 꾸려야 하고,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언제부터 매출이 날지 불분명하고, 블록체인에 뛰어든다고 해서 블랙록처럼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 이유로 아예 사업을 시작하지 않은 증권사들도 있다. 해외에서도 블랙록 상품은 잘 됐지만 후발 주자들은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

결국 기존 자산운용사나 증권사가 쌓아온 입지와 배포 능력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실제로 컨설팅 현장에서 확실한 아이디어나 계획이 없으면 차라리 후발로 가는 게 낫다고 냉정하게 말씀드리기도 한다. STO 플랫폼 개발에는 수십억원이 드는데, 그만큼 매출을 낼 수 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신사업이다 보니 오히려 후발주자나 중소형 증권사들이 치고 올라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보는지.

△그럴 수 있다. 실제로 접근 방식이 회사마다 다르다. 대표가 직접 “다음 살 길이 이것”이라며 모든 역량을 올인하고, 인력 채용도 공격적으로 가져가는 증권사가 있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방식으로는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본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과거 조각투자가 실패한 이유를 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좋지 않은 자산을 블록체인에 올려 쪼갰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부동산이 훌륭해야 투자 가치가 생기듯, 블록체인을 한다고 해서 수요가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결국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 블록체인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