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2월 전국 외식 주요 8개 메뉴(김밥·칼국수·자장면·삼계탕·삼겹살·김치찌개 백반·비빔밥·냉면) 가격은 전달보다 평균 0.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8개 메뉴의 2022년 연간가격 상승률은 무려 10.0%였는데 새해에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월에는 전달보다 0.5% 올랐지만 2월에 가격 상승폭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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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기준 전국에서 가장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외식메뉴는 자장면(6375원)으로 전달보다 1.7%(105원) 올랐다. 5000원대 후반인 경북·충북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이 6000원을 넘은 가운데, 서울(6723원)·제주(6750원)는 7000원 돌파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비빔밥은 전국 평균 9021원으로 최초로 9000원을 돌파했다. 전월대비 1.2%(104원) 오른 수치다. 경기·경남·경북·전남 등 8000원대인 지역을 제외하면 상당수 지역이 이미 9000원대를 돌파했으며 서울(1만115원)은 1만원대를 넘어선 상태다. 이어 김치찌개백반·김밥(0.7%), 삼겹살(200g·0.5%), 냉면(0.4%), 칼국수(0.2%), 삼계탕(0.1%) 순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물가 수준이 가장 높은 서울의 경우 8개 메뉴 가격이 전국 평균보다 약 10%가량 비쌌다. 삼계탕(1만6115원), 자장면(6723원) 등 가격이 뛴 가운데 삼겹살(200g)은 1만9236원으로 2만원대에 다가가고 있다. 서울 삼겹살은 작년 12월 1만9000원대를 처음 넘어선 이후 상승폭을 계속 키우고 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낮아지며 10개월 만에 4%대로 둔화했지만 외식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식자재 가격 상승에 설상가상으로 전기·가스·수도요금 폭등이 외식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6일 발표한 ‘2023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4.8% 올랐다. 농산물이 1.3%로 반등했고 채소류가 7.4%, 수산물은 8.3%, 가공식품은 10.4% 뛰었다. 특히 전기·가스·수도는 28.4% 올라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이어갔다.
서울 마포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양 모씨는 “야채, 고기류 다 올랐는데 올해는 가스비 때문에 장사를 못하겠다”라며 “김밥 한 줄을 3500원에 팔면 남는 게 없어 4500원으로 올렸다”고 혀를 내둘렀다.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외식 프랜차이즈도 속속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특히 버거 프랜차이즈는 지난달부터 5% 내외로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지난달 노브랜드버거,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이 100~400원 가량 버거 가격을 올린 데 이어 맘스터치도 이날부터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피자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미스터피자는 지난달 20일부터 피자를 포함해 일부 메뉴 가격을 4~5% 올렸다. 한국파파존스는 지난 4일 피자를 제외한 사이드메뉴 가격을 최대 18% 올리고 배달비를 1000원 인상했다. 브랜드에 따라 프리미엄 피자 라지 사이즈 한 판 가격이 4만원에 근접한 곳도 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 식량 수급 상황이 악화 여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장면, 칼국수 등에 필요한 밀(원맥) 가격이 급등했고 음식 조리에 필수인 식용유 가격마저 크게 뛰면서 전방위적인 원재료 가격 상승을 맞았다. 특히 연말 연초 가스요금 폭등으로 조리해 팔아봤자 남는 게 없다는 하소연이 업계에 팽배한 상황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난방비 폭탄’으로 가처분 소득(소비·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이 줄면서 서민들은 먹거리에 쓸 돈이 더욱 줄어들고 사장님들은 가격을 인상하고도 경영난에 허덕인다”라며 “요즘 편의점 도시락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는데, 먹는 돈을 아껴야 할 수밖에 없는 ‘런치플레이션’ 시대의 우울한 풍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