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이, `기-승-전-치킨` 요식업 무한경쟁 속 마지막 블루오션

김병준 기자I 2016.06.13 12:00:00
[이데일리 김병준 기자] 2014년 발간된 책 ‘공부란 무엇인가’에는 ‘한국 학생들의 진로’라는 재밌지만 씁쓸한 도식이 담겨 있다. 기승전 치킨집. 결론은 모두 같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졸업한 대한민국 청년은 모두 죽음 혹은 치킨집이라는 결말을 맞는다.

작가는 단순히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이 도식을 통해 대한민국 청년들이 겪고 있는 취업난의 심각성과 요식업의 포화상태로 붕괴되고 있는 자영업의 현실을 꼬집고 있다.

이 소재는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방송 등 매체에서도 다뤄지며 다수의 공감을 사고 있다. 다소 과장되기는 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도 말할 수 없는 것은 공식적으로 집계된 수치가 이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내 치킨집의 숫자는 매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프랜차이즈 통계에 따르면 사업자로 등록된 국내 치킨 전문점은 총 2만2529곳(2013년)에 이른다. 하지만 이 수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 등록된 상표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불과하다. 프랜차이즈 형태가 아닌 개인사업자, 주요 메뉴가 치킨이지만 호프집 등 타업종을 병행하고 있는 음식점 등을 포함하면 그 숫자가 더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이를 모두 합산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치킨전문점은 약 3만6000여개로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9.5%씩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패스트푸드 전문점 맥도날드가 보유한 전 세계 매장 수를 초과하는 엄청난 양이다.

국내에서 치킨집 등 요식업체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우후죽순 늘고 있는 현상은 2030 청년이 맞닥뜨린 취업 실패로 풀이할 수 있다. 아울러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생계형 창업으로 이를 선택한다는 점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같은 쏠림 현상은 비단 치킨집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소고기·돼지고기 등을 주 메뉴로 다루는 일반음식점부터 레스토랑과 카페는 물론 패스트푸드점까지, 요식업종 대부분이 이미 ‘레드오션’ 상태에 돌입했다. 요식업의 무한경쟁 속에서 국내 자영업계는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가게도 상당수다.

그런데 지난해 이 무한경쟁에 도전장을 내민 청년이 있다. 그는 포화상태인 업계 속에서 ‘블루오션’으로 양고기를 선택해 ‘양파이’를 론칭하고 총괄 중인 정유근 실장이다.

정유근 실장은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국내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소스와 사이드 메뉴 등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사업 초기부터 입소문을 탄 양파이는 지난 1년 동안 직영점 3곳은 물론 가맹점 1호까지 매장을 확장했다.

양파이 경리단길점에서 만난 정유근 실장은 과장이나 꾸밈없는 담백하고 솔직한 사람이었다. 요식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 양고기를 선택한 이유, 양파이의 지난 1년 동안의 성적과 앞으로의 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매장의 모던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도 돋보였다. 마치 영국의 펍(Pub) 같은 분위기였다. 평일 저녁이었음에도 테이블에는 손님이 가득했는데 입지적인 특성상 외국인 고객 다수는 납득이 갔지만 20~30대 여성 손님이 많은 것은 눈여겨 볼만한 점이었다.

다음은 정유근 양파이 실장과의 일문일답.

△ 양파이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양파이는 호박 패밀리라는 요식기업이 만든 독립적인 브랜드로 양고기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브랜드 이름은 양갈비를 뜻하는 중국어 양파이에서 그대로 따 왔다. 신선한 호주산 양고기를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지는 1년 정도 됐다. 현재 한남점, 약수점, 경리단길점, 청담점 등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최근 오픈한 청담점은 첫 번째 가맹점인데 예상했던 것보다 매출이 좋은 편이다.

우리는 양고기가 국내 외식 업계의 블루오션이라고 확신한 채 사업을 시작했다. 양고기하면 즉각 양파이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양고기를 다루는 음식점 중에서는 양파이가 독보적인 선구자 격 브랜드라고 본다.

△ 양고기를 주 메뉴로 선택한 이유는?

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고기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에만 국한돼 있다. 우리는 소비자가 다양한 고기를 즐길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고 싶었다. 또한 요식업을 준비 중인 자영업자가 고를 수 있는 업종의 폭을 넓히고 싶었다. 영양소가 풍부하면서 맛도 뛰어난 양고기 자체를 국내에 널리 소개하고 싶은 목적도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양고기 역사는 길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양고기에 대한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우리는 이 원인을 고기와 소스에서 풍기는 특유의 향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 시작 전 다양한 방법으로 소스와 메뉴를 연구하고, 개발하고, 수정·보완했다. 특별하고 건강한 먹거리인 양고기의 대중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긍정적인 것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인 재작년과 본격적으로 사업을 론칭한 작년, 그리고 가맹 1호점의 문을 연 올해 상반기의 반응이 매년 다르다는 사실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고객이 늘고 있다. 양고기가 의외로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음식이라는 확신이 최근 들어 커지고 있다. 국내 소비자가 다양한 문화권의 먹거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점도 느껴진다.

△ 다른 양고기 전문점과 양파이의 차별점은?

국내 양고기 전문점 대다수는 중국인이 현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사용되는 촬료, 쯔란(커민) 등 향신료를 힘들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 강한 향 탓에 많은 이들이 양고기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의 향만을 남겨 이같은 거부감을 없앴다.

또한 주요 고객층의 성향을 충분히 분석한 뒤 먹는 방법, 소스의 종류, 사이드 메뉴의 레시피를 개발하는 등 호불호와 선입견을 없애고 양고기를 대중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치즈 소스, 마늘 소스 등 양파이만의 소스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아울러 우리는 양고기 식당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후미진 구석에 위치한 낡은 가게가 아닌 깨끗하고 세련된 매장으로 꾸미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양파이를 핫 플레이스로 여기는 고객도 많다. 여성 손님이 많은 것에 인테리어도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 양파이가 자랑할만한 메뉴가 있다면?

다른 양고기 전문점과 마찬가지로 양파이도 양고기를 주 메뉴로 하되 중화요리를 사이드 메뉴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국내 입맛에 맞게 개발한 독자적인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옥수수 우육면’은 고객이 많이 찾는 양파이의 대표 메뉴다.

옥수수 면으로 만든 이 국수는 중국 현지에서도 매우 대중적인 음식이다. 보통 멸치 육수를 활용해 만드는데 우리 입맛에는 국물이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사골 기반 육수로 만든 양파이의 옥수수 우육면에서는 좀 더 진하고 깊은 한국적인 맛을 즐길 수 있다. 현지 국수의 기본적인 방식을 따르면서도 국내에 맞게 레시피를 개발해 인기가 많다.

△ SNS 등 온라인에서 양파이 언급이 많은데.

양파이는 젊은 여성 손님과 유명인의 좋은 평가 덕분에 일종의 핫 플레이스가 될 수 있었다. 사실 우리는 사업 구상 당시 남성이 주 고객일 걸로 판단했다. 하지만 매출 분석 결과 손님의 60% 이상이 20~30대 젊은 여성 그룹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 다수가 사업 초기부터 꾸준히 매장을 방문하고 있다.

젊은 여성 고객과 유명인이 SNS, 블로그, 커뮤니티 등에 양파이 방문기를 게재하면서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다. 별도의 광고가 없었음에도 상당수 고객이 온라인 입소문으로 양파이를 알게 됐고 양고기를 즐기러 혹은 입문하러 매장을 찾고 있다.

음식과 서비스의 품질은 당연한 이야기고, 인테리어에 신경을 쓴 것도 주요했다고 본다. 즐길 수 있는 세련된 외식 문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 매장마다 콘셉트가 약간씩 다르다던데.

양파이는 일반 매장과 ‘퀴진’이 붙은 매장으로 구분돼 있다. 한남점과 청담점은 양파이 퀴진 콘셉트로, 약수점과 경리단길점은 일반 양파이 콘셉트로 문을 열었다. 양파이 퀴진이 일반 양파이에 비해 좀 더 고급스러운 매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양파이 퀴진에서는 양갈비만을 판매하고 있다. 반면 일반 매장은 양갈비와 더불어 양꼬치도 판매 중이다. 양꼬치는 테이크 아웃도 가능한 데 의외로 매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매장 콘셉트는 상권을 철저하게 분석한 다음 결정된다. 가맹 1호점인 청담점은 세밀한 상권 파악 끝에 양파이 퀴진으로 오픈했다. 청담동이 국내 상권 중 가장 소비력이 강한 곳 중 하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직 매장을 운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흥망성쇠를 점치기에는 다소 이르지만 매출 면에서 당초 예상보다 훨씬 결과가 좋다.

△ 청담 가맹 1호점 이후 다음 가맹점은?

가맹 사업을 시작한 지 두 달여 밖에 되지 않았다. 상담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전해진 곳은 없다. 현재 판교 쪽 상권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우리는 문어발식 가맹점 확장 등 무리한 사업 확장은 지양하고 있다.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확장으로 매장의 개수를 늘리기보다는 본사와 가맹점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가맹점주의 수익이 확실하게 보장될 수 있는지가 최우선적인 조건이다.

양고기를 다뤄 본 적이 없다거나 중화요리를 할 줄 모른다는 문의도 잦은데 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R&D 센터에 마련된 ‘전문 조리 교육 과정’을 통해 창업 전 점주에게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제공하는 레시피를 통해 누구든지 전문가가 될 수 있다.

△ 양파이가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는 먹는 즐거움과 감동을 고객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외식 전문 브랜드가 되고 싶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외식 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양고기라는 영양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생소한 음식을 국내에 도입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였다. 지속적인 연구와 메뉴 개발로 양고기 특유의 이질적인 향을 최소화하면서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의 또 다른 목표는 가맹점주와 함께 성공할 수 있는 요식업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점주의 물질적, 정신적 만족을 충족시키기 위한 경영 방침을 지향하고 있다. 이번 여름 열리는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에서 우리의 생각을 나눌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 외식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심각한 쏠림과 포화 현상이다. 다수 업체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현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다.

국내 소비자는 익숙한 것을 좇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낀다. 매해 손님이 늘고 있으며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각종 통계를 봐도 양고기에 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크게 줄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업을 구상하고 론칭하고 운영하면서 이를 몸소 느끼고 있다. 양고기가 국내에 도입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예비 고객, 잠재적 가맹점주와 직접 만나 소통하고 싶다. 이를 위해 오는 8월25일부터 사흘 동안 학여울역 인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37회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양고기와 양파이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