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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화 일념으로 글로벌 기업 키워낸 정석현 회장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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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근 기자I 2016.03.28 14:00:51

공고 출신 월급쟁이서 1000억원대 중소기업 대표까지
건설장비 국산화 소망으로 2004년 수산중공업 인수
인수 후 군납·관납 폐지 및 생산제품 축소 후 수출에 몰두
키코 사태로 ‘휘청’…R&D 강화로 위기 극복

[화성=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과거 우리 건설업계에는 장비는 차치하고 공구조차 국산제품이 없어 아쉬웠다. 건설장비를 국산화하겠다는 일념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25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수산중공업(017550) 본사에서 만난 정석현(64) 회장의 꿈은 이제 현실이 됐다. 수입제품 일색이던 국내 건설장비 시장에서 유압브레이커와 크레인 등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고 세계 시장 5위권 업체로 기업을 일궈냈다.

정 회장은 집안이 어려워 전주공고를 졸업한 뒤 현대건설(000720)에 입사했다. 이후 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야간대학(한양대 공대)에 진학했다. 사업에 대한 열망을 가졌던 그는 청계천에서 공구장사를 시작한 뒤 모은 자금으로 발전소 건설 하도급을 담당하는 건설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법정관리 중이던 수산중공업을 2004년에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건설 중장비 사업을 펼쳤다.

정 회장은 “회사를 인수한 뒤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군납 및 관납사업을 철수하고 100%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130여개에 달하던 생산제품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경쟁력이 없거나 대기업과 경쟁을 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들은 과감히 버리고 고부가가치 및 수익성 위주의 상품 중심으로 생산제품을 재편했다.

그는 “수산중공업 인수를 결정하게 된 것은 연구개발(R&D) 인력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외국에 비해 수준은 낮았지만 이미 일부 국가에 수출을 하고 있어 잘 다듬으면 회사를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인수자문을 하던 회계법인이 제안한 가격보다 20%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인수 당시 2000만달러 수준이던 수출규모는 2년 만인 2006년에 3000만달러까지 늘이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정 회장에게도 위기는 왔다. 지난 2008년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 사태로 170억원의 손실을 떠안으면서 회사가 위기를 맞았다. 당시 수산중공업은 약 3개월간 조업을 중단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임직원들이 월급 일부를 삭감하면서 고통을 나눴다.

정 회장도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을 챙기는 마음으로 임직원 복지를 유지하고 R&D에 집중하면서 정 회장은 키코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후 2013년 120억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신제품을 해외 70여개국에 선보였을 때 반응이 좋았는데 제품 출시 3~4개월이 지나자 심각한 고장이 발생했다.

정석현 수산중공업 회장이 경기도 화성 본사에서 유압드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정 회장은 다시 한 번 깊은 고민에 빠졌다. 키코 사태로 발생한 손해를 겨우 만회했는데 대규모 리콜을 하면 수백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당시 2~3년 사후관리를 하면 70억~80억원의 손실만 입을 수 있었지만 고객사와의 신뢰를 생각해 전량 리콜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며 “당시는 힘들었지만 책임감 있는 모습에 고객사들이 믿음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답게 R&D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약 20%가 R&D 인력이다. 정 회장은 “중견·중소기업이 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서울·수도권에 연구단지 입주가 이뤄지도록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우수 연구인력들이 대기업도 지방에 있으면 안가려고 하는데 중소기업에 오려고 하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중견·중소기업의 R&D 수준이 높아지지 않으면 일본과의 격차는 벌어지고 중국에 추월당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수산중공업은 현재 유압브레이커(암반이나 콘크리트 파쇄기기) 시장에서 8%의 점유율로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1위인 스웨덴의 샌드빅(11%)부터 4위인 일본의 후루카와(9%)까지 쟁쟁한 기업들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정 회장은 “세계 1~5위가 10여년간 고착화됐다”며 “소재 열처리 및 천공능력을 높여 2023년 매출 1조2000억원을 달성하고 유압브레이커 부문 세계 ‘톱3’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그는 “중소기업들은 유가, 환율 등 외부충격에 매우 약하다”며 “과거 키코사태나 최근 개성공단 중단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다. 결정적인 한 방에 중소기업은 소멸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보호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료= 수산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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