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경인기자] 주인이 바뀌었지만 회사는 바뀌지 않는다면, 그래도 호재일까? 전일 최대주주 변경을 발표한 신촌사료(008040)가 약세장에서도 이틀째 상한가까지 치솟으며 시세를 분출하고 있다. 거래량 폭증세까지 수반한 견조한 상승이다.
회사측은 새 주인이 우호세력으로 경영에 관심없는 단순 투자라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그 뒤에 숨은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듯 하다. 전문가들은 그 무엇을 "M&A에 대한 학습된 기대감"이라고 분석한다.
주인 왜 바뀌었나?
신촌사료는 전일 최대주주가 김정인 사장에서 한국LPG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도드람B&F에서 한국LPG로 완전히 바뀐 셈이다.
돼지용 사료전문인 도드람B&F는 지난해 12월3일 신촌사료 지분 31.72%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포화된 시장에서 동종업계가 시너지를 통해 수익개선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사에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양사간의 의견조율 과정에서 일정부분 갈등이 빚어졌고, 결국은 관계를 끊는 것이 서로에게 유익하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
도드람B&F 관계자는 "신촌사료의 경우 공장이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 있고 땅 값도 많이 올라 주당 자산가치 만으로도 매력적이라고 판단했고, 공장이전시 입지선정이나 기술·생산능력, 시설 공동운용 등 여러면에서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사료를 인수하게 됐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있어서도 신촌사료 경영진과의 의견조율이 원만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다소 갈등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신촌사료 관계자는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이고 도드람B&F가 규모상 우위에 있어 전국적으로 체인망을 형성하는 등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계열사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시너지 효과보다 독립적인 자금운용에 제한을 받는 등 계열사 편입으로 생기는 단점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
결국 양측은 `갈라설 것`을 합의했고, 도드람B&F가 제시한 시한까지 마땅한 지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일단 김 대표 명의로 지분 59.1%에 대한 가계약을 맺게 됐다. 김 대표의 지분은 한국 LPG 등에 최종적으로 넘어갔다.
주인`만` 바뀌었는데..M&A 기대감
이에 따라 신촌사료의 최대주주는 34.1%를 보유한 한국 LPG이고, 그 밖에 공성운수와 대선제분이 각각 15.0%, 10.0%를 각각 최종 인수했다. 김정인 대표 역시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측은 3개사가 모두 회사 우호세력으로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고 단순히 투자목적으로 지분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도드람B&F의 지분이 넘어오면서 임원진과 친분관계가 있는 한국LPG와 연결된 것으로 경영권에 관심이 없음은 물론 M&A 가능성도 없다"고 단언했다.
결국 회사의 주인은 바뀌었지만, 그 내용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촌사료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입장은 다른 듯 하다. 주가는 지난 22일과 오늘 내리 상한가를 치며 이틀간 30%이상 올랐고, 거래량도 각각 94만4264주, 53만1240주로 평일 거래량의 100배 이상 폭증했다.
회사 관계자는 "계열에서 독립돼 자금운용이나 사업추진 등을 보다 신속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촌사료가 그간 M&A를 재료로 급등한 적이 꽤 있어 이에 따른 학습효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신촌사료는 지난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했던 일신제약이 부도를 맞아 인수가 무산된 바 있으며, 동방케미칼이 10%이상 지분을 매입해 주목받았고, 전 부사장이었던 김정인 대표가 주식을 추가매입한 후 최대주주로 등극한 바 있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과장은 "대주주가 바뀐다는 것은 M&A시장의 가장 큰 테마로, 매수자가 강력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거나 우량한 회사일 경우 회사 가치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신촌사료의 경우 "펀더멘털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M&A관련주로 뇌리에 박혀있는 주식이기 때문에 강세가 재현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회사 측이 M&A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일종의 기대를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M&A기대감이 무산될 경우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