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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선트 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군사적 보호막을 계속 유지하겠지만, 앞으로는 점점 더 기술적 보호막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생태계가 갈수록 분리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세계 각국과 기업들이 어느 나라의 인공지능(AI) 시스템과 반도체 기술을 채택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디지털자산 역시 이러한 기술 패권 경쟁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각국이 어떤 금융 인프라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미국 달러의 영향력도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디지털자산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디지털자산 기술 생태계 전반에서 승리할 것이고, 이는 미국 달러의 지위를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디지털자산 기업들을 미국 내로 유치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는 보다 근본적인 배경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자산을 단순한 금융시장의 한 분야가 아니라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체계를 마련하는 지니어스법(GENIUS Act)의 의회 통과를 이끌어냈다. 베선트 장관은 스테이블코인이 자국 통화의 인플레이션이나 급격한 가치 변동에 직면한 국가들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함으로써 달러의 지위를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체 스테이블코인의 90% 이상이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발행되고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준비자산으로 미국 국채 등 정부 발행 증권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확대되면 이러한 자산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미국 연방정부의 새로운 자금조달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선트 장관은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재무부의 중요한 자금조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베선트 장관은 스테이블코인이 사람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단순히 대체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신흥국에서 새로운 이용자들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국 통화의 가치 하락으로부터 저축자산을 보호하려는 신흥시장 주민들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전 세계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기존 달러 수요를 다른 형태로 전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달러에 대한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백악관이 추진해 온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의 규제체계 마련은 의회가 클래리티법(CLARITY Act)을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차질을 빚었다. 클래리티법은 미국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법안이다.
베선트 장관은 법안 통과 실패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재무부가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규제기관과 협력해 행정적 조치를 통해 감독체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무부는 여러 기관을 한자리에 모아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SEC와 CFTC를 규제체계 구축을 위한 “훌륭한 협력 파트너”라고 평가하면서, 미국이 마련하는 규제체계가 다른 국가들의 모범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기관의 규제 정비 노력은 디지털자산 기업들에 보다 명확한 규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규제기관이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규정은 의회가 제정하는 법률만큼 영속성을 보장받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베선트 장관은 디지털자산 업계가 우려하는 디뱅킹(debanking)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디뱅킹은 금융기관이 디지털자산 기업에 대한 은행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규제당국의 압력이 이러한 조치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도 제기돼 왔다.
베선트 장관은 클래리티법이 통과됐다면 이러한 관행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법률 제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규제 차원의 보호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 모범관행과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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