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전 씨의 측근으로 꼽히는 민정기 청와대 전 공보 비서관은 전 씨가 5·18 피해자나 유족들에게 이미 사과를 다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민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씨의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씨가 생전에) 몇 차례 그런 말씀 하시고 백담사 계실 때도 그렇고 그 후에도 100일 기도하면서 광주, 그 당시 피해자나 유가족에 대한 여러 가지 위로 말씀 같은 건 기회 있을 때마다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희동에 돌아온 후로도 사찰에 가서도 그런 기도도 하고 100일 기도도 하고 여러 차례 그런 걸 했다. 더 이상 어떻게 하는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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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년 5·18 기념재단 이사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재판이 대한민국 헌정사를 유린하고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책임자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는 ‘역사적 심판’이 되길 기대해 왔지만 그의 죽음으로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우리는 오월 학살 주범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고, 만고의 대역죄인 전두환의 범죄 행위를 명명백백히 밝혀 역사 정의를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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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전 비서관에 따르면 전 씨는 자신을 북녘 땅이 보이는 어딘가에 묻어달라고 했고, 장례는 평소 그의 뜻에 따라 화장할 예정이다.
민 전 비서관은 “‘반민족적, 반역사적, 반문명적 집단인 김일성 왕조가 무너지고 조국이 통일되는 감격을 맞이하는 일이다. 그날이 가까이 왔음을 느낀다’(라고) 평소에도 가끔 말했다”며 “(전 씨가) ‘나 죽으면 그냥 화장해서 뿌려라’ 이런 말씀을 하셨고 그래서 가족들은 그 유언에 따라서 그대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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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씨는 화장실에 갔다가 쓰러졌고 당시 집에는 부인 이순자 씨뿐이어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은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되며 곧 빈소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12·12 군사 쿠데타 동지인 노태우 씨가 사망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전 씨도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