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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발전 사망사고 낸 회사와 수백억 수의계약…"입찰제한해야" Vs "제재 지나쳐"

김형욱 기자I 2019.01.07 10:49:09

서부발전, 재작년 사망사고 A사에 514억원 규모 정비 계속 맡겨
''2명 이상 사망해야 제한'' 국가계약법 규정 때문…강화 목소리도
''김용균씨 사망'' 한국발전기술도 정부입찰 막을 법적 근거 없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차 범국민 추모제를 마친 뒤 행진해 도착한 청와대 인근에서 ‘내가 김용균이다’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서부발전이 재작년 관리 소홀로 재하도급 직원의 사망 사고 빌미를 제공한 하도급업체에 계속 정비를 맡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 관리에 소홀해 문제가 된 기업은 입찰을 제한하는 등 국가계약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서부발전 등에 따르면 2017년 말 안전관리 소홀로 재하도급업체 근로자 사망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발전소 유지보수업체 A사는 사고 이후에도 서부발전으로부터 514억원 규모 계약 9건을 따냈다.

재작년 11월15일 태안화력발전소 3호기 정비공사 중 A사의 하도급업체 B사 소속 근로자 C씨는 보일러 공기예열기 내부에서 회전 설비와 구조물 사이에 끼여 숨졌다. 서부발전 자체조사 결과 A사는 이 과정에서 서부발전에 하도급 적정성 검토를 받지 않았고 역시 승인 없이 점심시간에 작업을 재개하는 등 관련 법령과 계약 조건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사고 2주 전 발생했던 근로자 안전사고를 서부발전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도 뒤늦게 드러났다.

그러나 A사에 대한 제재는 정비 작업이 지연된 데 대한 지연배상금 3억5000만원 부과뿐이었다. 서부발전은 이후 A사의 입찰을 제한하기는커녕 지난해 1월31일엔 289억원 규모 ‘태안·서인천 기전설비 경상정비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맡겼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의 맹점 때문이다. 국가계약법과 시행령은 안전 조치가 미흡해 근로자가 사망하면 정부·공공기관 사업 입찰을 제한한다. 그러나 2명 이상이 동시에 사망할 때만 적용한다.

사망자 수가 2~5명이면 6개월, 6~9명이면 1년, 10명 이상이면 1년 반 동안 입찰에 참가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11일 태안화력발전소 정비 도중 사망한 계약직 직원 김용균씨가 소속한 한국발전기술 역시 야간 2인1조 근무 원칙을 어겨 사고 빌미를 제공했으나 앞으로도 입찰에 제한할 법적 근거는 없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에선 사망사고가 생기면 그 원인을 완전히 제거하고 나서 생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중대 재해 관련 기준을 강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입찰 제한을 강화하려 해도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발전소는 특성상 작업 중단이 어렵고 운전·정비를 몇몇 업체들이 도맡고 있어 안전 문제가 생기더라도 쉽사리 업체를 바꾸기 어렵다. 입찰 제한이 실제로 근로자 안전을 보장하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발전소 정비 같은 수주 산업에 대한 입찰 제한은 회사문을 닫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며 “산업현장 안전 강화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과정에서 검토 과제가 될 수 있겠지만 국가계약법 강화는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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