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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작가 80% 출판사 갑질 피해…돈 안주고 수십회 수정 요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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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근 기자I 2017.06.12 11:15:00

서울시, 문화예술 불공정 실태조사 결과 발표
불공정 계약조건 강요·일방적 계약해지·2차 저작물 매절 등 불공정 계약 다수 존재
욕설·성추행 등 인권침해 사례도 나타나…불공정 관행근절과 제도개선 시급
서울시, 무료법률상담 지원하는 ''문화예술호민관'' 현장 파견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캐릭터 디자이너 A씨는 캐릭터 개발회사 B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B사는 A씨가 개인적으로 창작한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을 이전받아 사업에 활용했지만 저작권에 대한 계약금과 4000여만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A를 해고한 후 저작권마저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일러스트 작가 C씨도 출판사 D사와 교과서 삽화계약을 체결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중 삽화 1컷 당 최대 20회 이상(완성단계에서 10여회)의 수정 요구를 받아 수정했지만 수정부분에 대한 대가는 지급받지 못했다.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는 만화·웹툰작가·일러스트 작가 등이 이처럼 불공정한 계약조건을 강됴당하고 일방적인 계약해지 등 불공정 관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서울시가 834명의 예술인(만화·웹툰작가 315명, 일러스트 작가 519명)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불공정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거나 일정 금액만 받고 2차 콘텐츠 창작·사용권리를 모두 넘기는 등의 불공정한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련 법령 및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예술인복지법’ 개정에 따라 의무화 된 서면계약 체결의 경우 일러스트 작가의 77.6%, 만화·웹툰작가의 경우 79.2%가 서면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2명은 아직도 구두계약체결 관행을 유지하는 셈이다.

일러스트 작가 10명 중 8명 ‘불공정 계약’으로 피해

조사결과 형식은 법을 따르고 있지만 내용은 아직도 불공정한 사례가 많았다.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당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만화·웹툰작가는 36.5%가 ‘그렇다’고 답했다.

사례별로는 일정금액만 받고 2차 콘텐츠 창작과 사용에 대한 권리를 모두 넘겨야 하는 매절계약과 부당한 수익배분이 각각 31.4%로 가장 많았다. 작가가 더 나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지만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묵는 자동연장 조항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러스트의 경우 불공정한 계약조건 강요 경험비율이 79.0%로 나타나 대다수가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형별로는 ‘과도한 수정요구’(23.6%)가 가장 많았으며 시안비(실제 작업 전 초안에 대한 대가) 미지급(20.2%)과 매절계약 강요(15.2%) 등이 뒤를 이었다.

부당한 수익배분과 관련해서는 만화·웹툰 분야는 경험비율이 비교적 낮고(33.0%) 피해금액이 높은 편(766만원)인 반면, 일러스트 분야는 경험비율이 비교적 높고(78.2%) 피해금액이 낮은 편(340만원)으로 나타났다. 부당계약해지부문에서는 만화·웹툰과 일러스트 분야 모두 ‘거래업체의 일방적인 통보, 폐업·파산, 담당자와의 불화 또는 교체’ 등 거래업체 측의 사유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만화·웹툰 90.2%, 일러스트 95.5%)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예술활동 관련 계약으로 불공정피해를 입었거나 계약서 자문을 원하는 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상담을 제공하기 위한 서교예술실험센터에 ‘문화예술 불공정피해상담센터’를 개소했다. (사진= 서울시)
◇예술인 3명 중 1명 욕설·성추행 등 인권침해도


문화예술계의 불공정한 관행과 처우는 계약과 수익배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권침해로도 나타나고 있다. 욕설 및 인권무시, 성추행과 성희롱 등의 인권침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만화·웹툰의 경우 30.8%, 일러스트의 경우 36.0%로 3명 중 1명은 인권침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예술인들의 의견을 토대로 진행된 실태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로 계약서에 대한 법률 검토를 실시한 결과 공통적으로 저작물의 2차적 사용권과 관련된 불공정조항 및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의 조항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

시 관계자는 “해외출판권을 출판사에 전부 위임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저작자 일신에 속하는 저작인격권까지 침해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러스트 분야에서는 추상적인 기준에 따라 과도한 수정·보완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등이 문제가 됐다. 시는 “이 조항으로 사업자는 임의로 작가에게 수정·보완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작업물 수령이나 대금지급을 거절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조사결과 나타난 불공정관행에 대해 관련 법령 및 제도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부서와 협업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예술 활동 과정에서 계약으로 불공정피해를 입었거나 계약서 자문을 원하는 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상담 등을 제공하는 ‘문화예술 불공정상담센터’ 운영과 연계해 내달부터 ‘문화예술 호민관’ 4명을 예술인 단체에 파견할 계획이다.

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열악한 창작여건 속에서 불공정관행까지 겪게 될 경우 창작의욕 저하로 한류 등 대중문화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며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영화, 방송, 미술 디자인 분야까지 실태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예술 분야의 불공정관행을 개선하고 상생협력하는 경제민주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더불어 관계 법령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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