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보호의무 관련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유사투자자문업체라 하더라도 민법상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개인 투자자 이 모씨가 인터넷 증권 방송업체인 A 방송과 전문가 권 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9일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유사투자자문업자가 고객에게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판단 또는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때 허위 정보를 마치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 정보인 것처럼 제공했을 땐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상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해 투자자 보호의무 관련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지만,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에서도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자보호를 위해 준수해야 할 영업행위 규칙으로 신의성실의무와 투자자 이익 우선의무,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금지 등을 정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거나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자로 유사투자자문업 신고를 하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간행물, 출판물, 통신물 또는 방송 등을 통해 투자 조언을 하는 유사투자자문업자는 적용되지 않는다.
A 방송 유료회원인 이 씨는 2011년 1월부터 회비로 매달 77만원을 냈다. A 방송 소속 전문가인 권 씨는 2011년 2월과 3월 사이 방송을 통해 알티전자 주식을 매수할 것을 추천했다. 당시 권씨는 “알티전자가 삼성전자와 1000억원대의 대형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보안문제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알티전자에 인수합병에 관한 대형 호재가 있다” 등 정보를 제공했다. 알티전자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며 주식 매도를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대형계약, 인수합병, 세력의 주식 매집 등의 정보는 모두 전혀 근거가 없는 허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알티전자는 감사보고서를 제출마감 시한까지 제출하지 못했다. 2011년 3월23일 수원지방법원에 회생신청했고, 한국거래소는 알티전자의 주식 거래를 정지했다. 같은 해 4월22일 알티전자는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
권씨의 추천에 따라 알티전자를 매수한 이씨는 큰 손실을 봤고, 권씨와 A 방송을 상대로 4억 1094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고객보호의무 위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했다. 다만, 이씨가 주식투자에 관한 경험이 많다는 점과 알티전자 정리매매 기간에도 추가매수한 점 등을 고려해 이씨의 책임 비율을 85%로 정했다. 이씨가 손해를 본 3억 7944만원 가운데 권씨가 5692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권씨의 투자권유 행위가 이씨의 알티전자 주식 거래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유사투자자문업자인 A 방송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문업자의 고객보호의무 규정에도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