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주에 자리잡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 문화창조원, 문화정보원, 민주평화교류원으로 구성된 문화전당은 먼저 오는 9월 3주간의 축제를 통해 예술극장의 문을 열고, 11월께 공식 개관할 예정이다.
“예술극장, 아시아 문화예술의 허브로 만들 것” 문화전당 예술극장의 김성희 예술감독은 지난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술극장의 비전과 개관축제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김성희 감독은 “예술극장을 제작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동시대 예술문화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외 축제 및 공연장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함께 공연을 만들고, 그 공연을 예술극장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등 여러 나라들의 축제와 공연장에서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김성희 감독은 “아시아의 동시대 예술가들을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재조명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관 축제 참가작 33편 중 16개의 작품이 이 같은 제작방식을 통해 제작됐다. 싱가포르 연출가 호추니엔의 시각 연극 <만 마리의 호랑이>의 경우 예술극장과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시드니 캐리지웍스, 비엔나 페스티벌이 공동 출자,제작해 이미 해외에서 1차 공연된 바 있고, 향후 2년간의 공연일정도 잡혀 있다. 이러한 시도가 앞으로 공연예술계가 당면한 제작 및 유통의 한계를 극복해나가는데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아시아 동시대 예술 만나볼 수 있는 개관 축제
9월 4일부터 21일까지 예술극장을 비롯한 광주 일대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예술극장 개관 축제에는 호추니엔 외에도 태국, 싱가포르, 우즈베키스탄 등 아시아 예술가들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이번 개관 축제에 대해 김성희 감독은 “특정 주제를 정하지는 않았다. 오늘날의 세계를 바라보는 아시아의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관점 자체가 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국의 영화감독 아피찻뽕 위라세타쿤이 만든 연극 <열병의 방>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 아시아 특유의 신화적 사고를 담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의 연출가 마크 테의 <발링회담>과 필리핀 영화감독 라야 마틴의 <그의 죽음은 의뭉스럽다>는 지난 세기 아시아의 역사를 서구가 아닌 아시아의 관점으로 다시 반추하는 작품이다.
이외에도 이란의 연출가 겸 극작가 아자데 샤미리의 <다마스커스>, 대만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차이밍량의 개막작 <당나라의 승려> 등 서구 중심의 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그간 소외됐던 아시아 본연의 가치와 역사, 예술을 재조명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성희 예술감독 광주라는 지역적 한계 때문에 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들이 여러 지역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1년 중 6개월은 아시아 동시대 예술을 제작하고, 나머지 6개월은 광주 시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연을 할 예정이다. 또한 한 달에 한 개 정도는 서울과 다른 지역 관객들도 관심 가질 만한 공연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광주 내 대학교 등 여러 커뮤니티와 소통하며 공동 예술작업을 진행해왔다는 김성희 예술감독은 “개관 축제 티켓 오픈을 광주에서 시작했는데, 벌써 삼분의 일이 팔렸다.”며 자신감을 표한 후 “수년 간 준비해온 예술극장의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려면 몇 년간은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각계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오는 9월 열리는 예술극장 개관 축제 티켓은 예술극장 홈페이지(http://www.asianartstheatre.org) 등에서 할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