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26일 법안처리를 30일로 미루면서 이날 처리되지 못했던 본회의 계류 90개 안건은 대부분 비쟁점법안이다. 단순한 법정형(法定形) 법안도 상당수 포함돼 있지만 유병언법, 개인정보 유출방지법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법도 있다.
법안별로 살펴보면 기업이 도산된 뒤 회생절차를 악용해 빚만 탕감 받고 경영권을 다시 가져가는 소위 ‘유병언식 기업재건’을 막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눈에 띈다. 이 법은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자가 그 회사를 상대로 사기·횡령·배임 등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집행이 끝난 날부터 10년 동안 법원에서 회생계획을 인가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계류된 법안에는 지난 해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줬던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를 위한 법도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유출 및 해킹 등의 방지를 위해 정보보호책임자의 겸직을 제한하고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금융보안 수단을 선택해 책임의식을 강하게 하는 내용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한 각종 법적 조치 등을 담고 있다.
△일본정부의 고노담화 검증 결과 발표 규탄결의안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에 대한 규탄결의안 역시 본회의 계류 법안이다.
새누리당은 해당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여야 간의 이견이 조율된 법안만이라도 먼저 처리하자며 그간 정의화 국회의장을 압박해왔다. 실제 전날 밤까지도 정 의장은 여당의 이 같은 요구에 따라 90개 법안을 이날 처리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야당은 이날 법안이 처리되면 국회가 장기간 파행될 수 있다는 설득에 들어가면서 정 의장이 마음을 돌렸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믿음이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新不立)의 참뜻을 되새겨 한 번 더 노력하자”며 “30일 본회의를 재소집해 반드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의장의 의도와는 별개로, 30일에도 여야가 합심해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이 지도부에도 상의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원내대표직 사퇴를 표명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진전이 있어야 30일 본회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은 “30일까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없다”고 받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