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진형기자]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은 자본시장의 당연한 현상인가, 국부유출인가. 칼 아이칸이 KT&G에 대한 경영참여를 시도하면서 외국인의 M&A를 어떻게 봐야할 것인지의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센터(CGS)는 23일 여의도 CCMM빌딩에서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M&A,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박경서 고려대학교 교수와 김영준 전 소버린 자문변호사,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본부장 상무, 이지환 이화여대 교수, 서석호 서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
◇KT&G 사태 '심각하다' vs '좋은 현상'
아이칸에 의해 촉발된 KT&G 사태를 보는 시각은 극명히 갈렸다. 패널들은 각각 이번 사태가 국내 자본시장에 '독' 혹은 '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가 득이 훨씬 많다는 주장은 외국자본의 M&A가 국내 기업의 허약한 지배구조개선에 있어 좋은 약이 될 것이란 논리를 폈다.
박경서 교수는 "외국인이 국내 시장에서 M&A를 통해 많은 이익을 취한다는 것이 기분 나쁠 수는 있지만 국가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더 많다"며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혜택을 볼 수 있고, SK의 사례와 같이 기업 지배구조개선에도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같은 M&A는 더 많이 일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영준 변호사도 "이번 KT&G 사태는 일반적인 자본시장에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일어나야 하는 현상"이라면서 "아이칸이 아니더라도 KT&G가 유휴자산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면 효율적인 자본시장에서는 언제나 타겟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를 외국자본과 토종자분의 싸움이라는 식의 정서적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독'이 된다는 측은 단기 차익세력에 의해 국내 시장이 교란된다고 우려했다. 이승철 상무는 "아이칸은 소버린과 헤르메스 사례와 차이가 없는 단기 차익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저평가된 기업들이 많은 우리시장은 국제 투기세력이 보기에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KT&G와 같이 경영권이 취약한 기업이 100개나 되는 상황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외국인의 적대적 M&A 문제는 지배구조 측면보다는 우리나라에서 사모펀드(PEF)가 생겨나기 어렵다는 점 등 금융 이슈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지배구조를 개선할수록 오히려 국내인들의 역차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상조 교수는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자본 방어 논리가 회사법적인 공격과 방어 수준을 넘어서 공정거래법, 금융법으로 번져나가서는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경영권 방어가 유리한가, 공격이 유리한가
국내 경영권 방어수단과 공격수단은 공정한가. 이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서석호 변호사는 "국내에는 경영권 방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 집중투표제 등 소액주주 지원책에 비해 경영진의 방어권이 취약하다"면서 "경영환경 개선 등의 경우에도 제3자배정을 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황금주나 포이즌필(poison pill) 등 차등 의결권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환 교수도 "경영권 방어장치가 생겼을 때 능력없는 경영자에 의해 악용될 우려가 있지만 방어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공개(IPO) 시점에서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차등 의결권을 도입하는 방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서 교수는 "설사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한다라도 굉장한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면서 "능력없는 경영진이 악용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우려는 물론 주가에 악영향을 미쳐,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반면 김영준 변호사는 공격자 입장에서도 불리한 조항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선 국내기업에 투자하면서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가 상당히 힘들다"면서 "5%룰과 위임장 대결 등 규제가 심해, 외국인들은 '때려잡기 규제'가 아닌가할 정도의 불안감과 괴리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조 교수는 "경영권 방어수단을 만드는 것은 좋지만 만약 큰 사회적 비용을 가져온다면 다른 수단을 찾아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공격과 방어 수단을 공평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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