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검사는 앞서 지난 6월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자체 거액 이상 외화송금 의심 거래 사실을 당국에 보고하면서 시작됐다. 신설 법인이 자본금에 비해 큰 외환을 특정 영업점에서 집중적으로 송금하거나 가상자산 관련 송금이 이뤄지는 등 의심 사례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후 당국은 7~8월 전 은행을 대상으로 한 자체 점검을 거쳐 의심 거래가 파악된 추가 10개 은행에 대해 8월 말 확대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확인된 이상 외화송금 혐의 업체와 송금 규모는 앞서 9월 말 중간 점검 결과에서 금감원이 밝힌 82개사(중복제외), 72억달러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 긴축 상황 속에 킹달러가 된 달러의 현재 가치(1달러 당 약 1420원)로 계산하면 10조2000억원을 넘는 규모다.
검사 결과 대부분의 이상 외환 거래는 가상자산 연계 거래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매각 대금이 다수 명의 계좌를 통해 모인 뒤 환전돼 외화로 송금되는 구조를 띤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무역거래를 위장했지만, 가상화폐 거래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해당 은행에서 외국환업무 취급과 자금세탁방지업무 관련 준수 사항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가령 외국환거래법상 증빙 서류를 확인하지 않고 송금을 했는지, 특정금융거래정보법상 고객 확인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자금세탁행위 의심 거래 및 고액 현금 거래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했는지 여부 등을 따져봤다.
이외에도 검사 과정에서 가상화폐 검은 세력과의 은행 임직원 유착 정황이 있는 경우 수사기관에 통보해 왔다. 실제 앞서 대구지검은 우리은행 전 지점장 A씨가 김치 프리미엄(가상자산이 국내에서 더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을 노린 불법 외화송금 일당에 적극 가담해 불법 외화송금을 도운 혐의로 구속 기소한 바 있다. A씨는 불법 외화송금 일당 거래에 대한 의심 거래 경고를 임의로 본점 보고 대상에서 제외하고 가상자산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같은 은행 임직원의 범죄 혐의 추가 연루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달 초 관련 자료 추가 검찰 이첩 등을 언급하며 가상화폐 검은 세력과 은행권의 추가 연루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거의 모든 은행이 포함돼 있고 송금 규모가 큰 데다 자금 세탁방지의무는 해외에서 매우 업중하게 보는 사안”이라며 “결과에 따라 국내 은행의 대외 신인도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