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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인사조직쇄신]금감원 쇄신책, 외풍 차단책 없어 '한계'

노희준 기자I 2017.11.09 12:03:25

전 채용과정 블라인드화…서류전형 폐지도
처벌 수위 강화…퇴직임원 소급적용 어려워
구체적 청탁방지 방안 없는 '반쪽 대책' 지적

최흥식(왼쪽 다섯번째)금융감독원장이 9일 여의도 금감원 기자실에서 채용 프로세스의 공정성 확보 및 임직원 비위·부조리행위 근절방안과 관련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채용 비리로 얼룩진 금융감독원이 채용 전 과정을 블라인드 화하고 서류전형을 폐지키로 했다. 청탁 등 부정한 채용으로 합격한 경우 채용을 취소하고 비위행위 소지가 발견된 임원은 기본금 30% 감액, 퇴직금 50% 삭감 등 금전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쇄신안이 주로 개인적인 일탈을 방지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관계의 외부 청탁에 흔들리는 금감원의 취약한 독립성 문제는 그대로 남아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인사-조직문화 혁신 TF(태스크포스)’에서 마련한 이런 쇄신 권고안을 전적으로 수용키로 했다고 9일 밝혔다. 금감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 채용 비리 등이 불거진 후 지난 8월 30일 조경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TF를 구성해 쇄신안을 마련해왔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금융시장의 파수꾼인 금감원이 잇따른 채용비리 등으로 국민에게 큰 상처를 준 데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외부자의 시각에서 채용과정을 점검토록 하는 등 채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全 채용과정 블라인드화…서류전형 폐지

우선 채용 전 과정을 블라인드 화하고 서류전형을 폐지키로 했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지원자의 출신 지역, 대학, 전공 등 일체의 이력사항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로 직원을 뽑는 과정을 말한다. 조경호 교수는 드러나지 않는 개인정보 범위에 대해 “현재 입사지원서에 성명과 생년월일만 기재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 외 학교, 출신 지역, 가족 관계 등 개인 정보는 노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올해 신입직원 채용절차부터 쇄신안 방침을 이미 적용했다. 동시에 금감원은 최종 면접위원의 50% 이상을 외부전문가로 구성하고, 감사실이 채용 전 과정을 점검해 외부청탁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조경호 국민대 교수가 9일 여의도 금감원 기자실에서 금감원 쇄신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채용비리 처벌 수위 강화

채용비리 적발 시 처벌 수위도 강화했다. 청탁 등 부정행위가 적발된 부정채용자는 채용을 취소키로 했다. 비위행위 소지가 발견된 임원 역시 즉시 해당 직무에서 배제하고, 기본급 감액(30%), 업무추진비 지급 제한, 퇴직금 삭감(50%) 등 금전적 불이익도 주기로 했다. 금감원은 전직 국회의원 아들의 변호사 특혜 채용 비리 의혹을 받은 김수일 전 부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내부 규정 미비 등으로 별다른 징계 절차를 밟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동시에 직원의 채용비리, 직무관련 금품·향응 수수, 부정청탁 등 직무 관련 3대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공무원 수준으로 강화된 징계기준을 마련, 무관용 징계원칙을 확립하기로 했다. 최 원장은 다만 이미 퇴직한 임원에 대한 강화된 규정의 소급적용에 대해선 “원칙은 법적 규정안에서 모든 일이 처리돼야 하고 법원 판결 확정 전까진 어떤 행동도 인권보호차원에서 어렵다”고 부정적 입장을 비쳤다.

◇구체적 청탁방지 방안 없는 ‘반쪽 대책’

하지만 이번 대책에는 외부 청탁을 막는 방안으로 눈에 띄는 게 없다. 특히 잇단 채용 비리를 불러온 반복된 외부 정관계 출신의 청탁을 막을 금감원 독립성 제고 방안은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조 교수는 “전임 직원의 공직기강 윤리의식을 점검하기 위한 자가점검 시스템을 마련했는데 자기통제로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풍 차단 대책은) 공공기관의 거버넌스(지배구조)의 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가능한 이야기”라며 “TF는 내부직원 간 소통 문제와 국민 간 소통문제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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