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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수출이 증가하면서 내수도 덩달아 성장하는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수출 증대로 인한 취업자 증가 효과가 15년새 반토막 났다.
수출과 투자 증대로 인해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富)가 늘면 경기가 부양돼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도 혜택이 돌아가고, 결국 나라 전체의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은 3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최근 양호한 수출 흐름은 설비투자 확대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세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면서도 “수출이 내수에 미치는 파급 영향은 과거에 비해 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출 증가→생산·투자 증가→고용 증가→소비 증가 등의 선순환 고리가 과거처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은에 따르면 수출 10억원이 유발한 취업자 수(취업유발계수)는 2000년 당시 15.0명이었다. 하지만 2005년 10.1명으로 줄어들더니, 2010년과 2014년에는 각각 7.6명, 7.7명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수출 한 단위가 유발한 국내 부가가치 크기도 0.60→0.58→0.56→0.55로 점차 작아졌다.
한은은 “수출과 내수간 연계성이 약화된 것은 그간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왔던 수출 대기업의 주력 품목이 장치산업에 속해 있어 수출 증대에 따른 고용 창출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출 증가를 견인했던 반도체의 경우 업황 호전에 힘입어 상당한 투자가 이뤄졌으나 장치산업 특성상 설비 위주로 투자가 진행됐다”면서 “고용 증대 효과는 다소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자동차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자동차 부문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해외 현지생산 확대가 이어지면서 국내 생산·고용 여력을 제약할 것”이라면서 “선박도 최근 수주 호조가 본격적인 선박 건조로 이어지는 2019년 이후에나 생산·고용의 추세적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그러면서 “수출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내수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낙수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다만 문재인정부가 수출과 투자가 아닌 소득과 고용을 경제 정책의 중심에 놓으면서 이런 내용은 더 주목 받는 측면이 있다.
포스트 케인지언(Post Keynesian) 학파의 이론을 기반으로 한 소득 주도 성장론을 정권의 경제 정책 아젠다로 내세운 건 그 전례를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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