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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임상발표 비보존제약, 거래소 추가입장 발표 권고

석지헌 기자I 2023.02.23 14:11:59

비보존, 공시에 오피오이드 투약 언급 전혀 없어
거래소, 정정공시 등 입장 물었으나 회사는 '거절'
다른 바이오사, 위약·대조군 용량·성분 충실히 설명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비보존 제약(082800)이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VVZ-149) 임상 3상에서 위약군과 시험군에 마약성 진통제가 구제약물로 쓰였다는 점을 사전에 전혀 언급하지 않아 논란이다. 한국거래소는 이와 관련해 비보존제약 측에 정정공시나 추가적인 입장 발표 등을 권고했지만 회사는 이를 거절했다.

비보존제약이 지난 7일 공시한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에 대한 임상3상 유효성 일차평가항목 결과.(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앞서 이데일리는 지난 20일 비보존제약이 임상 3상과 관련해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이 투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기사 <“‘위약 대비 효과’는 과장”… 비보존제약, ‘모호한’ 임상 발표 논란>를 보도했다. 위약군과 시험군에 구제약물 투여에 따른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투약군이 섞여 있음에도, 이를 사전에 알리지 않아 투자자 혼란을 초래했다는 내용이었다. 비보존제약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위약군 대비 오피란제린 투여군이 35% 높은 통증감소를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위약은 사전적 의미로 약효 성분이 전혀 없는 모조약이다. 구제약물 등으로 다른 약물이 투입됐다면 대조군, 비교군 등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거나 사전에 이러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특히 비보존제약이 말하는 ‘오피란제린군’은 오피란제린 뿐 아니라 오피오이드 약물을 투여한 환자도 섞여 있어, 오피란제린 단독 효능만을 보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비보존제약은 앞서 ‘위약군 대비 35% 통증감소 효과’의 의미를 묻는 이데일리 질문에 “위약군 통증 감소는 마약성 진통제에 의한 감소고, 시험군 통증감소는 위약군 대비 20~30% 낮은 용량의 마약성 진통제와 오피란제린 효과”라고 했다. 즉 위약군도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했고 시험군에서도 오피란제린을 투여했단 것이다.

한국거래소도 이 같은 논란을 인지하고 비보존제약 측에 정정공시나 추가 설명 자료 배포 등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이를 거절했다.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제도팀 관계자는 “위약군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모두 기재하면 좋지만 당일에 나와야 하는 공시, 중요한 지표에 집중하다 보니,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며 “회사 측에 공시에 추가 사항을 기재하거나 정정공시를 하거나 추가 설명 자료 등을 배포하겠냐고 했지만, 추가로 배포할 내용은 없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소가 지금까지 승인한 바이오 기업의 유효성 평가 공시를 보면, 대부분 위약군과 시험군의 용량과 종류 등을 명확히 제시했다. 강스템바이오텍(217730)의 경우 동종제대혈유래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 ‘퓨어스템-알에이주’ 임상1·2a상 톱라인 발표 공시에서 시험군과 위약군 약물 비율, 성분, 투여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했다. 유한양행(000100)도 폐암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의 1차 치료제 임상 3상 톱라인 공시에서 시험군과 대조군에 사용되는 약물, 용량 등을 자세히 언급하며 어떻게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했는지 밝혔다.

강스템바이오텍의 퓨어스템-알에이주(동종제대혈유래중간엽줄기세포)치료제 1/2a상 임상시험 톱라인 결과 공시(왼쪽)와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 1차 치료제 제3상 임상시험 톱라인 결과 공시.
젬백스(082270) 역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GV1001’의 임상 2상 결과 공시에서 ‘시험 1 군 (GV1001 0.56mg), 시험 2 군(GV1001 1.12mg), 대조군(위약) 중 한 군에 배정(1:1:1)하고 시험약 또는 위약을 1주 간격으로 4회, 이후 2주 간격으로 10회, 총 14회 투약했다’며 시험군과 위약군 용량과 비율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비보존제약 공시에는 오피란제린 투여군과 위약 대조군 투여 환자 수만 언급돼 있고 위약군과 시험군에 쓰인 약물의 용량이나 통증자가조절장치(PCA), 구제약물에 대한 언급은 없다. 공시에 이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서라도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알릴 기회가 있었지만, 밝히지 않았다.

이처럼 시험군과 위약군에 대해 명확히 공시한 예시들이 존재하지만 공시 가이드라인은 자율 규제에 속하는 만큼 거래소 대응엔 한계가 있다. 지난해 2월부터 개정된 제약·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에는 ‘일반 투자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임상관련 주요내용인 임상 진행 경과, 임상시험 통계적 유의성 여부 등 임상 결과, 기대효과 및 향후계획 등에 대해 충실하게 기재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단순히 위약으로만 표현하는 건 오해 소지가 있다. 만약 이전에 승인받은 공시에서도 구제약물과 관련된 언급이 없다면, 오피오이드의 구제약 효과가 하나도 보여지지 않고 가려진 것으로 되는 것이다”라며 “오해 소지가 있는 내용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경우 성실 공시가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만큼 이 경우 가능하면 디자인에 대한 개략을 서술하거나 주석을 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관계자는 “임상 설계를 생리식염수로 했지만 구제약물로 오피오이드를 투여받았다고 해도, 이를 단순히 위약이라고 표현하면 안 된다. 다른 용어를 사용하든지, 사전에 충분히 설명이 들어 갔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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