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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속에 국내에 첫 발을 디딘 가구공룡 이케아(IKEA). 지난 18일로 개장 한 달을 맞이했다. 요란스러운 오픈과 달리 미흡한 교통대책 탓에 벌써 영업정지 위기도 한 차례 넘겼다. 아직까지 주차난과 개시조차 되지 않은 조립 및 설치서비스, 부실한 현장 관리 등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지난 18일 방문한 이케아 광명점은 입구부터 위험천만한 모습이 연출됐다. 한 엄마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갈 뻔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제지하거나 관리하는 직원은 어디에도 없었다.
새 학기를 앞두고 아이와 같이 온 가족 단위 고객들이 많았지만, 매장관리 체계는 미흡하기 그지없었다. 이케아 내 위치한 어린이 놀이방 ‘스몰란드’는 이용 가능 시간이 한 시간으로 제한돼있다. 스몰란드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고작 8명으로 더 많은 아이들이 놀 공간은 충분해보였다. 이에 대해 이케아 측은 ”더 많은 아이들이 스몰란드에서 놀 수 있도록 형평성을 위해 시간제한을 뒀다“고 해명했다.
안내에 따라 매장 2층에 올라서자 쇼룸을 구경하기 위해 몰린 수많은 고객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전시해 놓은 소파에는 구경하다 지친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염창동에서 왔다는 이찬수(34) 씨는 “가구 조립에 대한 불편함을 감수할 수는 있어도, 이렇게 쇼핑을 하는 데 따르는 불편함까지 감수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DIY(Do it yourself)’ 불편함을 판다는 이케아 철학은 그렇다쳐도, 미로처럼 꾸며놓은 쇼룸에 사람들이 가득해 제대로 인테리어를 살피긴 무리가 있어 보였다.
심지어 조립설치 서비스는 개장 한 달이 지나도록 개시조차 못하고 있다. 성수동에서 온 박재욱(43) 씨는 “상품에 조립설치 비용이 적혀 있어 매장 직원에게 문의했지만, 서비스를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허위광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이케아는 자사 홈페이지에 ‘기술적 문제로 인해 당분간 조립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히면서도 일부 상품 가격표에 버젓이 조립 서비스 비용을 기재해두고 있다. 소비자들의 혼란만 더욱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쇼룸을 둘러보다 지쳐 매장 외곽에 있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창밖에는 개장 초기처럼 꽉 막힌 교통대란은 없었지만, 여전히 야외 주차장엔 자리가 없었다. 이케아 내부 주차장도 자리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케아는 지난 9일 광명시의 요구에 따라 광명 국제디자인클러스터부지에 임시주차장 950면을 추가로 조성했지만, 광명시는 임시사용 승인을 3월 15일까지 두 달간 연장해주며 이케아에 추가적 주차공간 확보를 요구한 상태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케아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수년전부터 유행한 ‘스칸디나비아풍’ 인테리어의 원조격인 이케아. 호기심으로 들른 사람들이 대다수다.
광명시에 따르면 이케아 개장일이후 18일간 57만7000명이 다녀갔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일평균 3만2000여명, 한 달간 96만명이상이 이케아를 방문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케아 방문객중 70%가 한번 구경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2~3시간의 쇼핑을 마치고 빈손으로 돌아가려니 나조차도 아쉬움이 남는다. 1층으로 내려와 계산대까지 가는 길엔 이런 고객층을 타깃으로 어린이 주방용품 세트, 철제수납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1층에 위치한 36개의 계산대엔 고객들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노란 비닐봉투에 구입한 상품을 한아름 담은 채 매장 밖을 나서는 사람들도 적지않았다. 저렴한 가격과 이케아 특유의 심플한 모양의 가구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듯 보인다. 고양시에서 온 김서윤(31) 씨는 “가격이 저렴하고, 심플한 모양에 끌려 이케아를 방문했다”며 “사람이 붐비지만 하루 정도 고생한다고 생각하고, 쇼핑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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