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기아자동차(000270)가 광주공장 증설을 위해 상반기 실시한 신규 채용의 최종 합격자 발표 이후 취업준비생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장기근속자 자녀와 사내 하청 직원에 대한 우대 채용으로 신규 채용의 의미가 사실상 퇴색되고, 순수 취업준비 일반 지원자들이 불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기아차는 4일 “광주공장 62만대 증산 프로젝트를 위해 상반기 419명을 신규 채용했다”면서 “최종 합격자들은 사전 교육을 받고 있으며, 조만간 생산라인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아차 광주공장의 신규 채용이 주목받았던 것은 2005년 이후 지역에서 실시한 가장 큰 규모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봉이나 근무여건도 최고 수준이어서 기아차 입사는 취업준비생들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기아차도 이번 광주공장 채용이 광주·전남 지역의 청년실업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실제로 기아차 광주공장의 채용 원서접수에는 3만여명이 몰려 지역 취업 준비생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그러나 최종 합격자 발표 후 취업준비 지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최종 채용된 인원의 절반 이상이 장기근속자 자녀와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로 채워졌다는 주장이다.
채용에서 탈락한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장기근속자 자녀는 대부분 최종 합격했고, 사내하청 비정규직 중 서류전형을 통과한 34세 미만 직원은 모두 채용돼 실제 일반 지원자의 채용 규모는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한 100여명 수준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실제로 이번 채용을 앞두고 기아차 노사가 장기근속자 자녀에 대한 가산점 확대를 합의하자 ‘현대판 음서제’라는 특혜 논란이 일었다.
지난 4월 기아차 노사는 1차 서류전형을 거쳐 면접 대상자를 선발할 때 선발 규모의 25% 이내에서 장기근속자 자녀를 선발하기로 했으며, 2차 전형 때도 면접 점수를 더 주기로 했다. 또 총점 고득점자 순으로 선발하되 동점자가 발생하면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비슷한 시기에 신규 채용에 불만을 품은 기아차 광주공장 사내하청 노조원이 분신을 기도하는 사건까지 발생해 비정규직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이번 채용에 지원한 사내하청 직원들에게 신경을 더 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들은 직원자녀 우선 선발이나 사내하청 정규직화는 별도의 정원을 공개하고 특별 전형으로 채용을 진행해야지, 일반 지원자들과 같은 테두리에서 경쟁으로 선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취업 준비생 이모(30)씨는 “직원 자녀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이나 사내하청을 우선 채용하는 것은 한정된 같은 테두리에서 경쟁을 해야 할 일반지원자 입장에서는 특혜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아차 측은 이번 광주공장 신규 채용에 대한 논란이 일자 ‘탈락자들의 불만이 섞인 유언비어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최종 합격자 419명 가운데 장기근속자와 사내하청 직원의 비중이 정확히 얼마나 차지하는 지에 대해선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일반지원 합격자가 10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훨씬 많은 숫자를 일반 지원자로 뽑았고, 실제 최종 합격자들이 출근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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