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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선언한 롯데, 배경과 의미

이학선 기자I 2012.06.28 17:17:02

"현 경제상황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판단
확장전략 수정할듯..웅진코웨이 인수전도 영향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롯데그룹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스페인, 그리스 등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확장 전략이 그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은 28일 롯데백화점 평촌점 문화홀에서 열린 롯데그룹 사장단회의에서 여느 때와 다르게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신 회장은 “지금은 극도로 불안정한 경제상황”,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 “방심하지 말고 최악의 상황(Worst case)을 대비하라”는 등 계열사 사장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롯데는 외형성장을 계속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위기의식을 강조한 말들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꿔말해 롯데그룹이 지금의 경제상황을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롯데그룹은 곧바로 비상경영 시스템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 수립에 돌입하기로 했다. 여기엔 강도높은 원가 및 비용 절감 방안도 포함된다. 신 회장은 이를 “체질강화”라고 표현했다.

이번 비상경영 선언은 롯데가 추진하는 대형 인수합병(M&A)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신 회장은 투자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투자심사분석 단계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사업성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등을 더욱 면밀히 살피라는 얘기다. 또 만에하나 잘못된 선택을 대비해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전략(Exit Plan)을 함께 준비해줄 것을 지시했다.

그간 롯데는 적극적인 M&A로 몸집을 불려왔다. 유통부문만 하더라도 금융위기를 전후해 중국의 마크로와 타임즈를 인수하며 롯데마트의 덩치를 키웠고, 유화부문은 파키스탄 석유화학업체 타이탄을 인수하며 해외사업을 확장했다. 국내만 봐도 두산주류BG, AK글로벌, 바이더웨이, GS스퀘어및 GS마트, CS유통, 그랜드백화점 등 롯데의 M&A 행보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 비상경영체제를 계기로 롯데의 확장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신 회장 발언이 승자의 저주로 그룹 전체가 발목잡히는 것을 피해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M&A를 하더라도 무리하게 가격을써내는 식으로 접근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하이마트 본입찰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대형양판점 1위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였음에도 롯데는 매각자측의 가격인상 요구에 응하지 않아 탈락했다. 이 같은 롯데의 행보는 오는 29일 예정된 웅진코웨이 본입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하이마트 인수에서 볼 수 있듯 무리한 가격을 써내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라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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