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때 도와줬는데..일본, KAL 타지말라

안재만 기자I 2011.07.14 17:45:27

독도 시범비행에 日정부 이례적 항의
단결 계기 필요했나?..항공업계 후폭풍 염려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차세대 항공기 A380 도입을 기념해 `독도 시범 비행`에 나섰던 대한항공이 일본측의 항의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직원들에게 한달간 대한항공(003490)을 타지 말 것을 지시했다. 지난달 16일 대한항공의 독도 비행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내린 조치다.

A380에서 내려다본 독도
일본 공무원은 통상 자국기를 이용한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아무 영향을 못 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항공업계 일각에선 대지진을 계기로 단결된 일본 국민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지 염려하는 모습이다.

◇ 독도 비행 처음도 아닌데..日 이례적 반발

대한항공이 독도비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에는 어린이날 같은 기념일에 어린이들을 태우고 독도 상공을 비행하곤 했다.

제주항공은 2006년 취항 당시 일부 노선의 경우 독도 상공을 비행하며 기장이 관광버스를 운항하듯 안내 방송을 한 적도 있다.

대한항공은 공식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일본측의 반응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일본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할 줄 몰랐다"면서 "예전에 비행할 때는 전혀 문제 삼지 않았었다"고 전했다.

한 국가가 특정 항공사를 상대로 이용 자제 조치를 취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일본은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항의하고 외무장관이 직접 유감을 표명했다. 대한항공을 항의 방문한 데 이어 이용 자제 지시까지 내린 것이다.

일본측 대응과 관련, 항공업계 일각에선 대지진 이후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일본 국민들이 단결할만한 계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슈 만들기 차원에서 발표된 내용일 것"이라며 "외무성 발표 이후 국수주의 분위기가 생기면 무역 마찰 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 공들인 탑, 일본시장 무너질라

대한항공 전체 여객 중 일본 여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15.6%(작년 기준)이다. 화물량 역시 4.9% 비중으로 작지 않은 편이다.

대한항공은 대지진 직후 생수 5000박스(1.5리터 6만병)와 담요 2000장 등 총 100톤 규모의 구호 물품을 무상지원한 바 있다. 직원들이 직접 모은 생수 7768박스를 전달했고, 한진그룹이 성금 7억원을 기탁했다. 고통을 분담하자는 차원에서 내린 지원책이었지만 그만큼 일본시장이 크기 때문에 취해진 선택이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이러한 노력들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 변수 때문에 일본 내 여론이 악화될까 끙끙 앓고 있다.

실제 일본 네티즌들은 `적절한 조치였다`, `대한항공은 영공 침해의 범죄를 저질렀다`, `온 국민이 불매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등의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에 대한항공 입장에서 신경 쓰일 것"이라며 "다만 일본도 대규모 마찰은 피할 것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실망스럽고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일본이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그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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