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용식 칼럼니스트] 투자자에게는 지나간 2009년 한 해가 꿈같은 시절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말 코스피 지수는 1683을 기록하여 전년도 말에 비해 49.7%가 상승했고, 코스닥 지수도 514를 기록하여 54.7%나 상승했다.
물론 세계 주요국의 주식시장도 대체적으로 상승을 기록했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20.2% 상승했고, 일본의 니케이 지수도 19.0% 상승했다. 우리나라 주가지수 상승률은 상하이 주가지수의 상승률 79.2%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더 양호한 성적을 남겼다.
그것마저 평균적인 수익률일 뿐이고, 주식투자자가 선호하는 안정적이면서도 유망한 종목들의 수익률은 대부분 이 수준보다 훨씬 더 높았다. 여러 산업분야의 유망 종목에 분산하여 투자를 했더라도 두 배 혹은 그 이상에 달하는 수익률을 얼마든지 올릴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는 이런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더욱이 2009년 주식시장은 과거 사례에서 흔히 보기 어려울 정도로 주가지수가 안정적인 상승세를 지속했다. 1분기에는 1100 대 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2분기에는 1300~1400 대에서 등락을 보였고, 3분기에는 대체적으로 1500~1600대에서 등락을 보였다. 9월22일에는 1719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4분기 중 한 때 1500대로 하락하기도 했지만 연말에는 다시 1700에 육박하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주식투자자라면 누구나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목돈을 챙겼어야 했다. 그러나 그 몫은 변함없이 외국인 투자자의 몫이었을 뿐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2009년 한 해 동안에만 우리 주식을 약 30조원 어치 사들였고, 내국인 투자자는 그 금액만큼 우리 주식을 헐값에 팔아치운 셈이었다. 그랬으니 내국인 투자자 특히 개인 투자자는 손해를 보지 않았으면 다행이었다.
반면 연평균 주가지수가 1713을 기록하여 주가가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던 2007년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27조 원 어치를 순매도했고, 주가지수가 한 때 1000을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까지 하락을 지속했던 2008년에는 무려 38조 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치운 이때에는 내국인 투자자가 그만큼 비싼 값으로 되사들였다. 내국인 투자자가 비싼 값으로 사들인 주식의 가격이 그 후에는 줄기차게 하락했으니 손해를 보지 않았으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이처럼 내국인 투자자는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일 때에도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손해를 보고, 부진을 보일 때에도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으니, 이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경제나 우리 기업에 대한 정보를 외국인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입수할 수 있는 내국인 투자자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주식투자 이익을 거의 모두 뺏기고 있으니, 이런 사태를 어떻게 쉽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2010년, 새해에는 이런 일이 제발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혹시,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벌고 있으므로, 그들을 뒤따라서 투자를 하면 개인 투자자도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상당수 내국인 투자자들은 외국인 투자자가 매수하면 같이 매수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매도하면 같이 매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하는 종목을 내국인 투자자도 함께 사들이곤 한다. 이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결코 아니다. 이것은 전형적으로 상투를 잡는 일에 다름이 아니다. 왜 그럴까? 다음과 같은 내 개인적인 경험은 이 물음에 적절한 답을 줄 것이다.
2009년 4월 어느 날 나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었다. 이 예측을 들은 어떤 이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그렇다면 주식투자를 해도 좋다는 말이냐`고. 그는 `내 경제예측이 그동안 여러 차례 정확한 것으로 드러나서 이제는 무조건 믿는다. 그리고 주가지수는 경기흐름의 후행지수라는 말도 믿는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내 답은 간단했다. `권유하고 싶지는 않다`고. 그는 그 이유를 물었고, 내 답은 다음과 같았다.
일반적으로 투자를 시작할 때에는 조금씩 한다. 그 투자가 이익을 내기 시작하면 투자규모를 점점 더 키운다. 주가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호황을 보이면 투자규모는 점점 더 커져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이때에는 주식시장 분위기가 몹시 들떠 있게 되고, 누구나 이런 분위기에 쉽게 지배당한다. 그러면 내가 어떤 경고를 하더라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일이 2007년 상반기 중에 실제로 벌어진 바 있다.
적정 주가지수는 1800 수준이므로 혹시라도 2000을 넘어가면 그 뒤에는 폭락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누구도 이 경고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주가지수가 1000을 넘어섰던 2005년부터 장차 주가지수가 폭발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고했던 터라 내 지인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에 나섰었다. 처음에는 심심풀이 삼아 조금씩 투자하다가 이익이 점점 더 쌓이면서 투자규모를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부동산을 팔고 은행 대출까지 받아서 주식투자에 나섰다. 이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2007년 4월 주가지수가 1400을 넘어선 뒤부터는 주식시장이 온통 `비이성적 과열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주식투자에 대해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가세하여 너도나도 `묻지 마` 투자에 나섰던 것이다. 이런 열기는 주식시장을 점점 더 뜨겁게 달궜다. 4월 말에는 주가지수가 1500을 넘어섰고 5월 말에는 1700도 넘어섰다. 그 뒤 잠시 주춤거리다가 7월 말에는 1900까지 넘어섰고, 10월 중에는 2000까지 넘어섰다. 우리 주식시장은 단기간에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인 셈이다.
그러자 시장은 온통 뜨거운 열기 속에 파묻혔고, 주식투자 전문가들이나 경제연구소들은 거의 대부분 주가지수가 조만간 2500도 넘어서고 3000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조만간 폭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내 경고가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내 덕에 그동안 큰돈을 벌었다던 친지에게는 일부러 여러 차례 찾아가 경고했으나, 그는 끝내 내 경고를 외면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너무 비참했다. 부동산을 팔아서 주식투자에 나섰던 터라 타격은 더 심각했다. 때마침 부동산 투기의 광풍이 불어 닥쳐 상대적으로 헐값에 팔아치웠던 부동산 가격이 두세 배나 올랐기 때문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를 따라서 투자하는 것도 위와 같은 결말로 귀결되기가 십상이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가장 못난 투자 방법이라고 과감히 말하곤 한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개인적인 경험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주식투자를 쉽게 권유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투자를 조금씩 늘려가다가 최대치에 이르렀을 때에는 결국 상투를 잡곤 하는 것이 우리의 불행한 현실인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주식투자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경기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낸 뒤에 선제적으로 투자를 하면 당연히 성공할 수 있다. 경기지표는 주가지수에 선행하므로, 경기가 상승할 경우 미리 주식을 사두면 당연히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경기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낼 능력이 부족하다면, 은행 정기적금에 들듯이 주식을 조금씩이라도 계속해서 매입하는 방법이 아마 최선의 길이 아닌가 한다.
반복하거니와, 경제는 일시적으로 뒷걸음치거나 주춤거리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하기 마련이므로. 또한 내가 최고의 기업 경영인은 될 수 없을지라도 주식투자를 통해서 최고의 경영인을 부릴 수도 있으므로. 이런 투자방법은 우리 주식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애국하는 길이다.
2010년 경제예측과 관련하여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새빛인베스트먼트 리서치센터와 21세기경제학연구소가 합동으로 작성한 ‘2010년 경제예측보고서’를 참고하면 투자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끝으로, 2010년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투자자 여러분이 투자의 중심에서 꼭 성공하는 한해가 되길 바라며, 행복한 한해가 되시길 바란다.
<최용식 새빛인베스트먼트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