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출범 당시 인공지능(AI) 스피커 시대에 발맞춰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출발했지만, 생성형 AI의 급부상과 시각적 자극을 극대화한 동영상 플랫폼의 공세 속에서 결국 9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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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 파트너사 및 관계자들에게 오는 12월 31일부로 오디오클립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식 통보했다.
네이버는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자 노력했으나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변화에 따라 아쉽게도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고 밝히며, 종료 배경을 파트너사들에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오디오클립에서 제공되던 클립·라이브 등 무료 콘텐츠와 오디오북 등 유료 콘텐츠의 구매 및 대여 서비스가 모두 같은 날 중단된다.
2016년 출범한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팟캐스트, 오디오북, 오디오드라마, 강연, ASMR 등 다양한 음성 콘텐츠를 한곳에서 제공하며 국내 오디오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급변하는 콘텐츠 소비 환경 속에서 결국 약 9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기존 구매 오디오북 계속 이용 가능…파트너 백업 지원
네이버는 오디오클립 서비스 종료와 관련해 콘텐츠 파트너사와 유료 오디오북 구매자들을 위한 후속 조치 방안을 안내했다.
우선 네이버는 “서비스 종료와 무관하게 유료 콘텐츠 이용자의 권익은 최대한 보장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연말 종료 이전에 구매·대여한 오디오북 콘텐츠는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계속 제공된다. 이용자들은 PC와 모바일 웹의 ‘내 보관함’ 또는 오디오클립 앱을 통해 기존에 구매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서비스 철수에도 불구하고 유료 디지털 자산에 대한 기업의 책임과 신뢰를 지키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또한 네이버는 오디오클립에 콘텐츠를 제공해온 파트너들을 위해, 그동안 업로드한 클립 콘텐츠를 백업할 수 있는 별도의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세부적인 백업 방법과 절차는 추후 공지를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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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오디오클립 서비스 종료는 AI 스피커 시장 성장 한계와 생성형 AI의 충격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오디오클립은 2017년 네이버 AI ‘클로바(Clova)’를 기반으로 한 웨이브·프렌즈 등 AI 스피커와 함께 음성 콘텐츠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출범했다. 당시 네이버는 클로바 스피커를 통해 음성 명령만으로 오디오북을 듣는 등 혁신적인 사용 경험을 제공하며 시장 확산을 노렸다.
그러나 국내외 AI 스피커 시장은 기대와 달리 폭발적 성장을 이루지 못했고, 2020년대 들어 정체와 한계가 반복되면서 플랫폼 확장의 동력을 잃었다.
여기에 오픈AI의 챗GPT를 시작으로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기존 AI 스피커가 제공하던 단순 명령 수행과 기본 검색 기능은 한계를 드러냈다. 맥락을 이해하고 창의적 답변까지 가능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대화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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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오디오클립 서비스 종료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은 동영상 콘텐츠 생태계의 압도적인 우위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유튜브, 그리고 자극적인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가 미디어 시장을 장악하면서, 순수 음성 전용 플랫폼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든 것이다.
과거 팟캐스트 전용 앱에서 소비되던 콘텐츠들은 이제 영상까지 겸비한 ‘보이는 라디오’ 형태로 유튜브에서 재생되는 것이 일반화됐다. 특히 유튜브 프리미엄이 백그라운드 재생 기능을 지원하면서, 이용자들은 별도의 오디오 전용 플랫폼에 들어가지 않고도 모든 청취 경험을 유튜브 안에서 해결하는 소비 패턴으로 옮겨갔다. 전문가 제작 콘텐츠 영역에서도 경쟁력 있는 외부 플레이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오디오클립의 경쟁력은 점점 약화됐다.
이처럼 OTT와 숏폼 콘텐츠의 폭발적인 성장은 오디오 플랫폼의 사용자 시간 점유율을 잠식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네이버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클립(숏폼)’과 ‘치지직(스트리밍)’ 등 동영상 서비스에 전략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치열해진 경쟁 환경 속에서 외부 콘텐츠를 직접 서비스하기보다는 네이버의 핵심 자원인 AI 기술에 집중하기 위해 오디오클립을 연내 종료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AI 기술을 활용해 카페·블로그·치지직·클립 등 네이버의 강점인 UGC(이용자 제작 콘텐츠)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자원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